"규제 전에 빌리자"… 한 달 만에 주담대 7조 늘었다
2021년 4월 이후 최대 증가
금리 올랐지만 대출 수요↑
스트레스 DSR 강화 전 '막차'
금융 당국, 추가 대출 규제 검토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새 무려 7조 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앞에 걸린 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새 무려 7조 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압박해 대출 금리를 올리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대출 규제 강화 전에 ‘막차’를 타려는 이들과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559조 7501억 원으로 한 달동안 7조 1660억 원이나 불었다. 이는 2021년 4월(9조 2266억 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무려 7조 5975억 원이나 늘어났다. 전세대출 잔액도 4014억 원 증가하며 3개월 연속 늘었다. 반면 신용대출 잔액은 1713억 원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 나서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다주택자 추가 대출도 막고 있지만 증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일과 1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13%포인트(P), 0.2%P 올린 데 이어 29일에도 추가로 0.2%P 인상했다. 또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위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고 점포에서 대~출을 갈아타려는 주택담보대출 취급도 중단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 29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3%P 상향한 데 이어 이달 7일에도 추가로 0.3%P 인상을 예고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대출금리를 올린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1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연일 뜨거워지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 조정 만으로는 수요를 막는 것은 어렵다는 평가다. 오히려 다음 달부터 대출 한도를 더 조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는 만큼 이달 중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DSR은 연간 소득과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규제로, 스트레스 DSR은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여기에 조만간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등이 유력해지며 금리 산정의 근거가 되는 금융채 금리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미국이 오는 9월 한 번에 금리를 0.50%P 인하하는 이른바 ‘빅컷’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 우리나라 역시 10월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이달 중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대출 수요를 진정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추가 대출규제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해 “시장 상황을 보면서 추가적인 조치가 있는지 등을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은 ‘제2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범부처·지자체 합동 현장점검반을 가동해 수도권 전 지역을 대상으로 허위매물·신고, 편법증여·대출 등 위법행위 발생 여부를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기업대출도 지난 1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818조 22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이 656조 1554억 원, 대기업 대출이 162조 731억 원이다. 기업대출 잔액은 한 달 새 6조 8803억 원 증가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