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GOAT 등극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던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는 고트(GOAT)로 불린 최초의 선수다. ‘The Greatest of All Time’의 약자로 ‘역대 최고의 인물’에게 부여하는 칭호다. 1992년 가족이 초상권 등 알리의 지적재산권 관리를 위해 주식회사 G.O.A.T. Inc를 설립하면서 공식화했다. 2000년 유명 래퍼 겸 배우 LL 쿨 J가 발표한 ‘The G.O.A.T’ 앨범이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르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염소의 영어 단어와 일치해 염소 사진이나 이모티콘을 사용한 밈(meme)이 유행이다.
근년 들어 스포츠 종목에서 압도적 발자취를 남긴 선수에게 존경의 의미를 담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위대하다(greatest)는 것은 주관적 관념인 만큼 논쟁도 따른다. 축구계 메시와 호날두를 둘러싼 GOAT 논쟁이 대표적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가 아르헨티나 우승을 이끌며 한발 앞섰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제시 린가드가 인스타그램에 메시 우승컵 사진과 GOAT라는 글을 남겼는데 맨유 동료였던 호날두가 린가드를 언팔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선수 간에도 민감한 주제다.
GOAT 칭호가 아우라를 갖는 것은 그 이면에 스민 피, 땀, 눈물 때문이다. ‘체조의 신’ 시몬 바일스는 도쿄 올림픽 도중 기권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공중 동작 때 방향 감각을 잃는 증상을 앓았던 것이다. 미국에서도 ‘포기자’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는 오른쪽 쇄골 아래에 ‘And still I rise’(그래도 나는 일어난다)라는 문구를 새기고 다시 파리 올림픽에 나섰다. 압도적 경기력으로 금메달 3개를 목에 건 그에게 진정한 GOAT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코트에 엎드려 오열했던 테니스 영웅 조코비치는 심장과 영혼, 신체, 모든 것을 걸었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에서 무엇보다 우리 국민을 기쁘게 한 것은 양궁 5개 금메달 석권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궁사 김우진의 GOAT 등극이었다. 슛오프에서 4.9㎜ 차로 갈린 극적인 승부는 감동을 더했다. 그는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많은 5개의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됐다. 그는 “이제는 GOAT라 불려도 되지 않을까”라고 당당히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메달 땄다고 젖어 있으면 안 된다. 해가 뜨면 마른다”는 명언으로 새로운 각오를 밝혀 진정한 GOAT의 면모를 보였다. GOAT가 메달 색깔과 숫자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