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놀자” 미술 축제에 음악·영상이 놀러 왔다
■2024부산비엔날레 100% 즐기기
지난17일 개막 65일간 항해 시작
4개 전시장별 특징 달라 모두 추천
영상·체험 프로그램 많아 쉽게 접근
음악 활용 시청각 자극 작품 인상적
2024부산비엔날레가 17일 개막해 65일간의 항해를 이어간다. 부산의 김경화 작가 대형 작품이 눈길을 끈다. 정종회 기자 jjh@
2년마다 열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미술 축제, 2024부산비엔날레가 17일 막을 올렸다. 매회 새로운 시도와 신선한 자극을 선보인 부산비엔날레는 대한민국 축제 평가 1등급, 세계 10대 축제로 선정될 만큼 세계적인 예술 축제로 자리잡았다. 65일간 이어갈 2024부산비엔날레에서 꼭 봐야할 작품들과 비엔날레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기는 요령을 2024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과 큐레이터의 도움말로 소개한다.
2024부산비엔날레 베라 메이·필립 피로트 전시 감독과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오른쪽부터)이 올해 행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2024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어둠속에서 보기’이다. 사실 주제가 발표되었을 때 추상적인 개념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말도 나왔다. 베라 메이와 필립 피로트 전시 감독은 “어둠은 우리가 처한 곤경 혹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장소나 사건일 수 있다. 어둠의 깊이 속에서 우리는 길을 찾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술을 통해 접근하는 방법, 태도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는 본 전시장인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부산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 지하 1층 금고 미술관과 한성1918빌딩, 부산 동구의 오래된 가옥인 초량재 등 모두 4곳에서 열린다. 부산현대미술관을 제외한 원도심의 3개 전시장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부산현대미술관의 경우 외부 전시물은 무료 관람이며, 내부 3개층 전시장을 보기 위해선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는 방문객을 위해 52페이지 분량의 2024부산비엔날레 가이드북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각 전시장마다 배치돼 있으니 가이드북을 보며 동선을 계획하면 좋을 듯하다. 비엔날레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가이드북을 다운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이나 연계 행사, 파티 참여 신청도 받고 있으니 방문 전 미리 일정에 맞게 참여 신청하면 부산비엔날레를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 전시장 중 한 곳인 한성1918 전경. 부산비엔날레 제공
프레드 모튼 & 스테파노 하니 with 준 리 팀의 설치 작품을 관객이 체험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4개 전시장은 각각 특성이 다르다. 한성1918은 사운드 프로젝트 특화 전시장으로 꾸몄다. 참여 작가들의 창연과 토론 세션도 열리며 디제잉 공연도 펼쳐진다. 전시 작품으로 프레드 모튼 & 스테파노 하니 with 준 리 팀의 설치 작품을 체험해보길 권한다. 관객은 앞에 놓인 브로슈어의 공정한 가치 또는 가격에 해당하는 양의 쌀, 암염, 조개껍질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절구로 갈아 들고 간다. 자본화되는 예술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2024부산비엔날레 전시장 중 한 곳인 초량재. 정종회 기자 jjh@
초량재에 설치된 정유진 작가의 작품. 지구본이 산산조각난 모습을 표현했다. 김효정 기자
초량재에서 만나는 우버 모르겐 작품 모습. 김효정 기자
김지평 작가의 ‘디바’ 연작. 김효정 기자
근대의 생활상을 간직한 초량의 주택 전시공간인 초량재에서는 동시대의 재앙에 대한 정유진 작가의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재난의 시작을 알리는 지구본이 산산조각 난 작품은 파격적이다. 예술가 듀오 우버 모르겐의 작품은 핑크빛의 액체와 소리나는 숲, 세라믹 인형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김지평 작가의 ‘디바’ 연작은 다양한 인물을 상징하는 병풍 앞에 마이크를 설치한 후 신원영 작곡가가 만든 음향이 흘러 나온다. 위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축제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2024부산비엔날레 전시장 중 한 곳인 부산근현대역사관. 김효정 기자
부산근현대역사관 지하 금고 미술관 복도 모습. 김효정 기자
최희윤 작가 ‘3성TV은하46’. 부산근현대역사관 지하 금고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셰이크 은디아예 ‘르 파리’. 김효정 기자
부산근현대역사관 지하 금고미술관에서는 차지량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꾸며진 공간에서 작가 개인이 경험한 꿈과 깸 사이 현상을 ‘보이는 모든 것에 무지개가 있는 것처럼’이라는 작품으로 구현했다. 최희윤 작가는 ‘세 개의 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삼성전자가 ‘은하계’라는 뜻의 갤럭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는 것에서 영감은 받은 ‘3성TV은하46’이라는 재미있는 작품을 내놓았다. 셰이크 은디아예는 이젠 철거된 세네갈 다카르 영화관의 네온사인을 재현한 ‘르 파리’라는 작품의 강렬한 붉은 색 로고로 관객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부산근현대역사관에는 단편 영화같은 영상 작품과 사진 작품이 주로 전시돼 있다.
2024부산비엔날레 본 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 전경. 부산비엔날레 제공
부산현대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이두원 작가의 카라반 작품. 김효정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이두원 작가의 카라반 작품. 정종회 기자 jjh@
비엔날레 본 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지하와 1,2층 전관을 비롯해 야외 마당까지 가장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야외 마당에 설치된 카라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하 1층에도 여러 점의 작품이 전시된 이두원 작가 작품이다. 올해 비엔날레 주요 작가로 소개되며 미리부터 큰 관심을 받은 이두원 작가는 카라반 겉의 그림부터 안의 식물과 그림들을 일일히 그렸다. 개막 전날 밤 12시까지 작업을 했고 34~35도에 육박하는 여름 낮에도 작업을 하며 열사병에 걸릴 정도로 몰두했다. 이 작가는 미술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외국을 여행하며 거기서 얻은 현지 재료로 자유롭게 작업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스타일을 완성했다. 지금은 한국은 물론 외국에도 팬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올해 비엔날레에서는 이두원 작가의 대형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입구 로비에 설치된 조 네이미 작품.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김경화 작가 작품. 정종회 기자 jjh@
부산현대미술관 2층 중앙에 설치된 한 멍윈 작가의 작품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미술관 정문 입구에 들어가면 먼저 미디어 아티스트 조 네이미의 높이 8m 규모의 대나무 구조물을 볼 수 있다. 빈티지 스피커를 통해 성장과 치유를 위한 새로운 소리를 송출한다. 전시 감독은 가장 어둡게 배치한 2층부터 1층, 지하 전시장 순으로 관람을 제시했지만, 사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관람해도 된다.
2층에는 2004년 부산비엔날레 출품을 마지막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박이소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종일 태양의 움직임을 촬영한 작품을 프로젝트에 투사해 태양의 길을 보여준다. 태양과 관련된 배경을 가진 뉴질랜드 애비게일 아로하 젠슨 작가의 작품을 맞은편에 배치해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포스터 느낌의 독특한 회화는 캄보디아 티안리 추 작가 작품이다. 캄보디아 대량학살과 폭력에 대한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홍진훤 작가가 기획한 서영걸 기자의 사진 개인전 ‘글리치 바리케이드’와 응우옌 프엉 린&트엉 꾸에 치 작가도 예술 감독이 주목하는 작가이다.
2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부산 김경화 작가의 작품이다. 천정에서 바닥까지 걸려있는 2개의 작품에는 꽃과 나무 풀 나비 등의 패턴과 천이 붙어있다. 보도연맹을 비롯해 비극적인 사건으로 학살당하고 암매장된 이들을 표현했다. 굉장히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그 속에 있는 비극과 희망이 감동적으로 얽혀있다.
골록흐 니피시 ‘이어지는 도시들’. 정종회 기자 jjh@
관세음보살과 성모 마리아를 그린 송천 스님 작품. 정종회 기자 jjh@
윤석남 ‘여성독립운동가의 초상’. 정종회 기자 jjh@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장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장 전경. 정종회 기자 jjh@
1층 설치된 타링 파디 작품을 보고 있는 관객 모습. 정종회 기자 jjh@
1층은 카페 쪽에 여럿의 직물과 수공예 작업으로 구성된 ‘이어지는 도시들’이란 작품이 있다. 골록흐 나피시 작가가 작품으로 표현한 여러 나라의 여행 이야기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2022년 카셀 도큐먼트에서 ‘민중의 정의’라는 작품으로 파란을 일으킨 타링 파디 작품이 있다. 반유대주의라는 오해를 받았는데 작가는 폭력에 대한 항의를 담은 메시지를 꾸준히 담고 있다.
통도사 성보 박물관 관장을 지냈고 전국 사찰의 불화를 정리한 송천 스님은 대형관세음보살과 성모 마리아를 나란히 배치한 대형 작품을 내놓았다. 옆에는 우리를 늘 지켜보는 존재의 시선을 표현한 ‘진리의 눈’이 벽화 형태로 그려져 있다. 윤석남 작가가 4년에 걸쳐 작업한 여성독립운동가의 초상 시리즈는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부산 방정아 작가의 작품들. 정종회 기자 jjh@
방정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2024부산비엔날레 필립 피로트 예술감독이 기자들에게 올해 비엔날레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효정 기자
비엔날레 전시장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비엔날레 전시장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하 전시장에는 가나에서 활동하는 트레이시 나 코우쉬 톰슨 작가가 가나의 주요 음식인 와케와 한국의 전통 음식인 배추김치를 섞어 환경적 요인에 따라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각각의 물질들의 성질을 가시화한다. 프레드 베르보에츠와 이시카와 마오, 디나 노메나 안드리아리만자카 작가의 작품도 비엔날레 전시 감독이 챙겨보길 권한다.
지하 전시장의 최고 인기 작품은 부산 방정아 작가의 대형 작업들이다. 거친 바다 한가운데를 부유하는 여성 나한을 통해 나한에 관한 당대적 해석을 했고 ‘자라나는 발톱-되기’는 바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인물의 발톱이 힘든 세상을 버티고 있는 현대인을 상징하는 듯하다. ‘언제든지 난 너의 배에 탈 수 있어’는 고해를 건너 피안을 향하는 구원의 배, 반야용선을 닮았다.
본 전시장 입장권은 일반 1만 6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5000원.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다. 시간별로 전시 해설이 있으니 해설을 먼저 듣고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하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쉽다.
비엔날레 전시장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비엔날레 전시장 모습. 정종회 기자 jjh@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