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명품, 여기 다 모였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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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간송미술관 3일 개막
미인도·훈민정음 해례본 등
전시 작품 모두 국보·보물
자연친화 건축, 빼어난 미학

대구 간송미술관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 간송미술관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국보와 보물을 대구로 옮기던 날은 참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6.25때 문화재를 실고 부산으로 피난가셨다던 할아버지(간송 전형필)의 일화가 떠오르더군요. 당시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감히 짐작을 못하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문화재 이송은 여러 사람이 고생한 대규모 작전이었습니다. 간송미술관 스태프들을 비롯해 서울 시경, 고속도로 순찰대, 대구 시경 등이 모두 함께 해 문화재를 호위했고, 하필 비가 오는 날이라 혹시라도 문화재에 손상이 생길까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대구 간송미술관 새 수장고에 무사히 넣었을 때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쉰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3일 개관하는 대구 간송미술관의 전인건 관장에게 소감을 묻자 이런 대답을 했다. 준비 과정에 대한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져 묻는 기자도, 답을 하는 전 관장 모두 잠시 정적이 흐를 정도였다. 10여 년의 준비를 거쳐 마침내 문을 여는 대구 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유일한 상설 전시공간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대구 간송미술관 전경. 박석마당에선 자연이 환하게 펼쳐진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 간송미술관 전경. 박석마당에선 자연이 환하게 펼쳐진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한국식 정원을 새롭게 해석한 대구 간송미술관의 연못. 김효정 기자 한국식 정원을 새롭게 해석한 대구 간송미술관의 연못. 김효정 기자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지키다

간송 전형필은 일제강점기 사재를 털어 우리 문화재를 사들여 문화재가 일본을 비롯해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았다. 당시 비싼 기왓집 11채 값을 지불해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한 것을 비롯해 중요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그가 쓴 비용은 천문학적이며 배에 실려 외국으로 실려나가는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항구에 달려가는 등 영웅담에 가까운 행적들도 많다.

문화보국의 정신으로 모은 문화재들은 1938년 한국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보화각을 통해 국민에게 개방되었고 이후 간송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시설이 노후화돼 봄, 가을 단기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고 공간이 협소해 방대한 유물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차에 2016년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MOU를 체결했고 대구시가 수성구 대구미술관 옆에 부지를 마련하고 총 사업비 446억 원을 들여 8003㎡ 규모로 완성했다. 6개의 전시실과 수리복원실, 강의실, 야외 마당 등을 갖추고 있다.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연세대 건축학과 최문규 교수는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살린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이 탄생했다. 큰 건물을 짓지 않고 작은 건물들이 경사진 언덕따라 자리잡았다. 계단식 기단, 팔공산과 대덕산을 품은 박석 마당, 한국식 정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수공간, 간송 전형필 선생의 숭고한 신념을 나타내는 미술관 입구 아름드리 나무 기둥과 소나무 등이 특징적이다.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건축, 후대에 남길 수 있는 건출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개관전에서 만나는 신윤복의 미인도. 2전시실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개관전에서 만나는 신윤복의 미인도. 2전시실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개관전에서 만나는 신윤복의 미인도. 2전시실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개관전에서 만나는 신윤복의 미인도. 2전시실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3전시실에서 단독으로 만나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울을 떠나 처음으로 전시된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3전시실에서 단독으로 만나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울을 떠나 처음으로 전시된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3전시실에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함께 현대미술작가가 미디어아트로 해석한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3전시실에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함께 현대미술작가가 미디어아트로 해석한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문화 유산을 세상과 나누다

3일 개관 첫날부터 12월 1일까지 진행되는 개관전의 제목은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 삼아’이다. 위창 오세창 선생께서 1938년 당시 보화각이 문을 열 때 전한 말로, 문화 유산들을 세상과 함께 나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6개의 전시실에 펼쳐진 40건 97점의 전시품은 모두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4600여 건의 간송컬렉션 중 가장 핵심을 고른 것이다. 대구 간송미술관 백인산 부관장은 “개관전은 각 나라 최고 대표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개막식을 떠올리면 된다”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회화와 서적이 전시된 1전시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회화와 서적이 전시된 1전시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김홍도의 마상청앵.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김홍도의 마상청앵.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1전시실은 다양한 장르의 회화와 서적들을 만난다. 정선·심사정의 산수화를 비롯해 김홍도의 인물화, 신윤복과 김득신의 풍속화 등 그야말로 교과서를 통해 만났던 조선 최고의 회화를 실제로 볼 수 있다. 심사정의 촉잔도권은 길이 10m에 이르는 대작으로 크기가 너무 커서 한 번도 전체 작품을 보여준 적이 없었으나 이번 대구 간송미술관에서 마침내 그 실체를 다 볼 수 있다.

2전시실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고미술품 중 하나로 꼽히는 신윤복이 미인도 단독 전시관이다. 오직 미인도만을 위해 공간을 특별히 꾸몄다. 특별히 연출된 조명과 음악을 들으며 관객은 미인도와 독대하는 듯 내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한 번에 4~5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인도를 접하니 신윤복의 탁월한 기량과 표현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3전시실 역시 훈민정음 해례본만을 위해 단독으로 전시실을 마련했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으며 훈민정음 해례본이 서울을 떠난 적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선 훈민정음 해례본 진본과 더불어 현대미술 작가가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3점의 관련 작품이 함께 선보여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김정희 난맹첩.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김정희 난맹첩.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백자청화철재동채초충난국문병.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백자청화철재동채초충난국문병.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문경 오층석탑은 대구로 이송이 어려워 매핑시스템을 통해 구현했다. 김효정 기자 문경 오층석탑은 대구로 이송이 어려워 매핑시스템을 통해 구현했다. 김효정 기자

4전시실은 불교미술과 도자기, 서예 작품이 전시돼 있다. 최고 명필로 꼽히는 추가 김정희의 글씨와 그림을 비롯해 한국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청자, 백자들이 총출동했다. 간송 선생이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구입했다는 문화재가 주로 이 방에서 만나는 도자기들이다.

5번째 전시실은 38미터 반원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조선의 대표 작품의 영상이다. 하지훈 가구 디자이너의 디자인 가구에 앉거나 누워서 미디어 아트로 만나는 조선의 문화재 영상은 남다른 몰입감을 전달한다.


하지훈 가구 디자이너의 디자인 가구에 앉아 대표 작품의 영상을 볼 수 있는 5전시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하지훈 가구 디자이너의 디자인 가구에 앉아 대표 작품의 영상을 볼 수 있는 5전시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하지훈 가구 디자이너의 디자인 가구에 앉아 대표 작품의 영상을 볼 수 있는 5전시실. 김효정 기자 하지훈 가구 디자이너의 디자인 가구에 앉아 대표 작품의 영상을 볼 수 있는 5전시실. 김효정 기자

하지훈 가구 디자이너의 디자인 가구에 앉아 대표 작품의 영상을 볼 수 있는 5전시실. 김효정 기자 하지훈 가구 디자이너의 디자인 가구에 앉아 대표 작품의 영상을 볼 수 있는 5전시실. 김효정 기자

간송의 방으로 불리는 6전시실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간송의 방으로 불리는 6전시실 전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6전시실은 간송의 방으로 불린다. 대수장가이자 연구자, 예술가, 교육자로서 간송의 면모를 만날 수 있으며 직접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만든 예술가로서 간송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높은 경지에 오른 간송의 작품이지만, 평소 외부에 공개하지 않다가 이번 간송의 방에서 만날 수 있다.


■시가 짓고 간송재단이 운영

대구 간송미술관은 대구시가 비용을 들여 미술관을 짓고 운영비도 전액 책임진다. 시 소유의 시립미술관이지만 민간기관인 간송재단이 위탁운영하는 형태로 한국에선 처음 시도하는 형태이다. 전례가 없는 운영 방식을 두고 대구시와 간송재단은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전인건 관장은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점이자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간송미술관이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며 “간송의 독보적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구 경북 유림문화의 보존과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수리복원 특화 미술관으로 보이는 수리복원실을 운영해 관객은 문화재를 복원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구 간송미술관을 유물을 복원하는 모습을 관객이 볼 수 있다. 사진은 '보이는 수리복원실' 모습.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 간송미술관을 유물을 복원하는 모습을 관객이 볼 수 있다. 사진은 '보이는 수리복원실' 모습.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 간송미술관을 유물을 복원하는 모습을 관객이 볼 수 있다. 사진은 '보이는 수리복원실' 모습.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 간송미술관을 유물을 복원하는 모습을 관객이 볼 수 있다. 사진은 '보이는 수리복원실' 모습.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대구 간송미술관의 개관전은 유료 전시로, 입장료는 성인 1만 원, 어린이·청소년 5000원이다. 전시 관람을 유료지만 대구미술관 박석마당과 연못, 소나무 숲 등 산책은 무료로 할 수 있다. 신대구고속도로 톨게이트와 가까워 부산·경남권에서의 접근성도 좋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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