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합숙소 ‘된다 vs 안 된다’ 유소년 축구단 클럽하우스 건립 논란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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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보물섬FC 클럽하우스 조성 추진
현행법 위배 논란…사업 추진 ‘빨간불’
문체부 적극 행정위 안건…결론 아직
미래 불투명…다른 지역 확산 우려도

경남 남해군이 조성 추진 중인 ‘남해 보물섬FC 클럽하우스’ 조감도. 현행법을 위배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군이 조성 추진 중인 ‘남해 보물섬FC 클럽하우스’ 조감도. 현행법을 위배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군이 엘리트 선수 육성과 인구 유입을 위해 추진 중인 ‘남해 보물섬FC 클럽하우스’ 조성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행법 상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합숙소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해군이 소관 부처에 법령 해석을 요청하고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9일 남해군에 따르면 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 98억 원을 투입해 서면 서상리 스포츠파크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 남해 보물섬FC 클럽하우스를 신축하고 있다. 숙소 47실·식당·물리치료실·다목적실 등으로 구성됐으며, 남해 보물섬 FC 소속인 남해초등·이동중·창선고 축구선수 180여 명이 기숙할 예정이다.

남해군이 클럽하우스 신축에 나선 건 명문 유소년 축구단이자 지정 스포츠클럽인 남해 보물섬FC를 한층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군은 내년 클럽하우스가 완공되면 지역이 남해안 최고 축구 교육 메카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최신 시설을 갖춘 보물섬FC에 들어오기 위해 외부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유입되면, 인구 소멸 위기 극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추진한 클럽하우스 조성 사업은 첫 삽도 뜨기 전 제동이 걸렸다. 가장 큰 문제는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합숙소 운영이 현행법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교육부 소관 ‘학교체육진흥법’과 문체부 소관 ‘스포츠클럽법’에는 ‘지자체에 주소를 두지 않은 원거리 학생 선수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숙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원거리 학생 선수만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세부 조항에는 ‘학교의 장은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신체적 정서적 발달을 위해 학기 중의 상시 합숙 훈련이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해당 법에 대해 남해군은 외부 선수 유입과 학구제에 따른 원거리 통학일 경우 기숙사를 통한 활동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판단은 정반대다. 교육청은 지난 2003년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초등 축구부 화재 사건 이후 해당 법이 만들어졌고, 이후 사실상 초등·중학교 합숙 훈련이 금지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물섬FC의 경우 남해초등과 이동중 학생들로 구성돼 있어 원거리 통학도 아닌 데다 부모와 함께 전입해 생활하지 않으면 위장전입·학구 위반 등 관련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엄밀히 말해 남해스포츠클럽은 지정 스포츠클럽으로, 학교체육진흥법이 아닌 스포츠클럽법을 적용 받는다. 하지만 스포츠클럽법의 모태가 학교체육진흥법인데다 학생 선발 문제 등을 놓고 교육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 만큼 교육부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남해군은 문체부에 법령 해석을 요청했고, 지역 국회의원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서천호(경남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은 주무부처인 문체부로부터 클럽하우스 운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권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설립 허가를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취재 결과, 교육청이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데다 문체부가 적극 행정위원회에 안건을 올리긴 했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번 스포츠클럽 조성 사례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좀 더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는 이번 일과 관련해 문체부나 서 의원 측과 협의하거나 소통한 적이 없다”며 "남해뿐 아니라 학생 선수를 위한 클럽하우스를 고민하는 지자체에서 합숙을 시작하겠다고 할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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