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시농업의 가치' 심고 키우고 수확하는 도시농부, 조원술 워터그린팜 대표
자동재배기·실내 텃밭 등 제작
스마트팜 카페·텃밭공동체 운영
단순 생산 넘어 다양한 가치 주목
도시농업 가이드 만드는 게 목표
조원술 대표가 부산 수영구 수영동의 워터그린팜 사무실에 설치된 스마트 실내 텃밭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 수영동 도로변 건물 1층. 사무실이겠거니 들어섰는데 층층이 쌓인 ‘실내 텃밭’이었다. 그곳에서 100m가량 떨어진 카페 ‘초록나비’. 카페 공간이겠거니 들어섰는데 새싹인삼과 엽채류가 자라는 ‘식물공장’이었다.
이곳들은 조원술 워터그린팜 대표의 도시농업 공간들이다. 조 대표는 제조업체 명성테크 대표와 도시농부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쭉 제조업체를 운영해 왔던 조 대표가 도시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참여한 원데이 클래스였다.
“8년 전쯤 강서구 대저에서 새싹인삼 재배 강의가 있었어요.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새싹인삼을 띄워서 키우는 수경재배였어요. 집에서도 해봤는데 잘 되더라고요. 아마 그게 안 됐으면 시작 안 했을 겁니다.”
새싹인삼 재배에 재미가 붙자 조금씩 양을 늘렸고 자동 재배 기계를 떠올렸다. “기계를 만들 줄 아니까 대량으로 키워볼까 하고 제작했어요. 사업화에 대한 생각도 있었죠.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인삼 좋아하잖아요. 잘 키우면 뭔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조 대표는 2018년 ‘워터그린팜’을 설립했다. 재배기, 수직정원, 육묘시스템, 실내 텃밭 등 기계를 만들고 판매한다. 또 식물공장, 실내 텃밭, 스마트팜 카페 ‘초록나비’를 운영하며, 도시농업 관련 자격 과정 교육과 도시농업·기후·환경 교육도 하고 있다.
출장 교육도 많지만 초록나비 안 식물공장에서도 많은 강의가 이뤄진다. 수영구 드림스타트 아동들은 초록나비 옥상에서 직접 텃밭을 가꾸며 도시 농부를 체험하고 있다. 80여 평 옥상 텃밭에는 과일, 채소, 꽃 등 다양한 식물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초록나비 옥상텃밭 공동체는 수영구에 유일하게 등록된 도시농업 공동체예요. 회원은 30명쯤 됩니다. 매월 첫 주 토요일에 모여서 작물을 가꾸면서 도시농업과 관련해 스터디를 합니다.”
조 대표는 “도시농업을 좁은 의미로만 생각하면 도시의 텃밭이나 자투리 공간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이지만, 생산 차원을 넘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 속 힐링 공간, 정서적 안정 효과,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도시농업이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퇴하면 시골에 가서 농사짓겠다는 분들 많잖아요. 실제로 농사는 힘이 많이 들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소득을 올리기는 더더욱 어렵고요. 도시농업으로 미리 경험하고 공부할 수 있겠죠.”
조 대표는 ‘홀로 사는 남자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이야기를 꺼냈다. 수영구 행정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마음 이음 프로그램’으로, 함께 모여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수확해서 나눈다. “집 밖으로 잘 안 나오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하루에 말 한마디 하고 가는 걸 목표로 하자고 했어요. 나중에는 서로 농담도 하고 잘 어울리셨어요. 삶의 의미도 찾고 이웃과 교류하는 수단이 되더라고요.”
마음 이음 프로그램과 수영구 문화도시실험실에도 쓰인 도구는 ‘스마트 실내 텃밭’이다. 실내에서 펄라이트를 활용해 채소류를 재배하는 것으로, 일 년 내내 식물을 키울 수 있다. 직접 물을 주는 방식이라 양액을 자동 공급하는 식물공장보다 제작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수영동 사무실의 실내 텃밭은 동네 주민에게 분양합니다. 한 상자가 ‘한 해 텃밭’이 되는 거죠. 직접 와서 물을 주고 자라면 뜯어 가요. 도심 모델로 삼으려고 합니다. 동네 구석구석에 이런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주간보호센터나 의료복지센터, 동사무소, 경로당 같은 곳에서 관심이 많습니다.”
조 대표는 ‘도시농업의 길’을 닦는 게 목표라고 했다. “막상 도시농업을 해볼까 생각하면 막막해요. 범위도 너무 넓고 예상 수익도 딱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많은 사람이 따라올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싶은 게 욕심이면서 바람입니다. 교육 콘텐츠는 계속 늘리고 있고요. 주민을 위한 무료 교육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