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리3호기, 계속운전으로 거듭난다
이광훈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
1985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원전 3호기가 9월 28일, 40년간의 운전을 잠시 멈추고 내년에 더 안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중국 고전에 ‘파초신심(芭蕉新心)’이라는 말이 있다. ‘파초가 새잎을 펼치면서 새 심지가 돋는다’는 뜻으로 무릇 중단 없는 노력과 정진을 통해 계속 새롭게 거듭난다는 경구이다. 고리3호기는 잠시 운전을 멈추지만,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최고의 기술력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고리3호기를 비롯해 1980년대 가동을 개시한 초기 원전은 우리나라 원전 기술 자립의 기초 터전을 마련했다. 성공적인 원전 기술 적용, 운영 노하우 확보와 전문 인력 양성의 요람 역할을 했다. 이는 1990년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으로 평가받은 ‘한국표준형원전’ 개발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 자립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울러 고리3호기는 40년의 운영 기간 동안 국가 경제 발전과 지역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지자체 재정 안정 기여, 지역 고용 창출, 상권 활성화, 지역 지원사업을 통해 오랜 기간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또 고리3호기는 그간 운영의 효율성과 안전성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며 국내 원전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했다. 미국 ‘Nucleonics Week’가 발표한 ‘연간 원전 이용률’에서 전 세계 400여 원전 중에서 세계 1위 기록을 2차례 달성했다. 원자력 발전소 운영의 안전성과 기술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OCTF)’을 10차례 기록하기도 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처럼 경제성, 안전성이 검증된 원전이 조속한 계속운전 재개로 원전 공백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가동이 일시 정지된 고리2호기를 비롯해 2030년까지 최초 운전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은 총 10기로 그 용량은 8.45GW에 달한다. 우리나라 총발전설비의 약 7%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이를 10년간 계속운전할 경우 LNG 대비 약 107조 원의 국가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가 추산된다.
이처럼 원전의 계속운전 없이는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확보도 어렵다. 원전의 탄소 배출량은 화석연료발전의 1~2% 수준에 불과하고, 국내 저탄소에너지 중 원자력발전 비율은 81%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전력 공급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워 원전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화 사회 전환기에 진입하면서 인공지능(AI)·반도체·ICT 등 첨단산업 분야의 상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도 원전의 적기 계속운전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때를 맞아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는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내년도 고리2·3호기 조기 재가동을 위한 철저한 준비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원전 공백이 길어질수록 전력 수급 불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리2·3호기의 계속운전 준비는 단순히 과거 설비의 유지가 아니다. 과거의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함은 물론 새로운 설비·기술의 접목으로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저탄소 에너지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환경 피로 감시시스템’ 등 새로이 개발된 혁신 기술도 고리2·3호기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계획이다. 향후 고리원전의 계속운전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역사의 터전인 부산 지역과의 상생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잠시 운전을 멈추는 고리3호기는 내년에 고리2호기와 함께 파초신심의 마음으로 새로이 거듭날 것이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는 우리나라 원전 계속운전 시대가 본격 열리는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고리2·3호기의 신속하고 성공적인 계속운전 재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와 지역의 안정적인 저탄소 에너지 수급에 기여하고 K원전 도약과 수출에도 계속 밑거름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