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합리적 과세” vs “투자 저해”… 금투세 ‘뜨거운 감자’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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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차익 비과세 두고 논의 시작
개인 투자자 반발·지수 하락 우려
여당 폐지, 야당 유예 또는 완화
전문가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

지난 24일 금투세 시행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토론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금투세 시행과 폐지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금투세 시행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토론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금투세 시행과 폐지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둘러싼 논란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도입 찬반 논쟁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다수당인 야당은 ‘보완 시행’ 혹은 ‘유예’ 등의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더 나아가 금융업계에서는 금투세를 시장의 최대 ‘불확실성’이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식 매매차익(양도차익)에 대해 사실상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매도 시 증권거래세를 걷는데 과거 낙후됐던 국내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절충형 제도다. 하지만 이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 측면이 있다. 우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 또 주식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에도 매도 시 증권거래세를 내야 해 부당 과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대신 공제 한도를 둬 투자자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금투세 도입 논의의 핵심이다.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5000만 원이 넘을 경우 초과 액수에 대해 22∼27.5%의 세금을 물리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비과세였던 매매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조치인 만큼 금투세는 도입 논의 초기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를 떠나라’는 조치와 같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금투세 폐지나 유예를 주장하는 이들은 과세 대상이 극히 일부인 만큼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금 규모로 봤을 때 개인 전체 투자 자산의 7분의 1이 금투세 대상에 들어오는 만큼 증시에 실질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1988년 대만은 이듬해부터 주식양도차익에 최대 50%의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되고, 9798포인트(P)였던 증시 지수가 19거래일 연속 하락해 36% 하락한 5615P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다른 주요국 증시와 달리 유독 기초 체력이 약한 국내 증시 역시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불안 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 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후 정부와 여당은 ‘폐지 강경론’을 견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상생이 필요하다”고 폐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입법 주도권을 갖고 있는 야당의 입장은 불명확하다. 금투세 도입을 중단할 경우 ‘부자 감세’를 하는 것이라는 반대 입장과 증시 등 현실을 감안해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금투세 시행 여부와 관련한 당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도입 여부를 두고 의원들은 격론을 이어갔다.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금투세는 기본적으로 실제 투자자가 실현하는 이익에 기반해 개인별로 과세하는 소득세”라며 “조세 중립성을 확보하고 자본시장 형평성을 제고하는 세제 개편이다”고 말했다.

반면 유예를 주장하는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조세정의와 세수확대, 증시 부양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시나. 저희 유예팀은 증시부양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맞섰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히 갈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금투세가 도입되면 본인 명의로 된 투자에 대한 소득은 기록이 남고, 어떤 경우에는 과세도 돼서 차명 거래를 막을 수 있다”며 금융시장 선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금투세 대상자들의 투자금은 최소 150조 원으로 추산된다”며 “금투세 도입 시 해당 자금이 시장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증시에서 하강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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