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AM 찾아온 아프리카 공연마켓… '손님'에게 배운다 [BPAM,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MASA’의 카마테 총감독 방문
BPAM 3배 예산에 30년 역사
“국민에 좋은 공연 볼 기회 제공
조직 수준 올라가야 지속 가능”
한국을 처음 방문한 '아비장 아프리카 공연예술마켓(MASA)' 압드라만 카마테 총감독. 김은영 기자 key66@
“아프리카 문화의 특성은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54개 국가에 15억 명 인구, 민족만 해도 3000개가 넘으니까요. 60%가 14세 이하로 젊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근년 들어서 전통뿐 아니라 컨템포러리 예술의 성장이 눈부신 편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열정과 다이내믹한 창의력이 그 원천입니다.”
아프리카는 한국, 부산에선 상당히 먼 곳에 있는 대륙이다. 하물며 공연예술마켓 교류는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 제2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비팜) 초청 명단에 아프리카 델리게이트가 처음으로 포함돼 주목했다. BPAM 참석차 부산을 찾은 36개국 130여 명의 해외 초청 델리게이트 가운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이는 단 2명.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아프리카 공연예술마켓(MASA)’ 압드라만 카마테 총감독과 모로코 ‘카라세나 서커스 비엔날레’ 카림 트루시 예술감독이다.
부산거리예술축제가 열린 광안리 해변 카페에서 포즈를 취한 '아비장 아프리카 공연예술마켓(MASA)' 압드라만 카마테 총감독. 김은영 기자
MASA의 압드라만 총감독과 처음 인사를 나눌 때만 해도 아프리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BPAM이 이제 겨우 2회째를 맞는데 비해, 격년제로 열리는 MASA는 지난 4월 코트디부아르의 경제 수도인 아비장에서 13번째 행사를 치렀다. BPAM의 올해 예산은 국비(3억 원) 포함 13억 원이지만, MASA 예산은 코트디부아르 문화부와 불어권국제기구(OIF) 등이 지원한 300만 유로(한화 44억 원)였다.
“(코트디부아르) 내전으로 인해 한두 번 쉰 적은 있지만 MASA는 30년 넘게 지속해 온 아프리카 최대 문화 축제입니다. 올해 행사에서는 전 세계 33개국 1000여 명의 예술가를 초청해 133개 예술단이 8일간 300회 공연을 펼쳤습니다. 공식 초청 델리게이트는 159명이었지만 등록 안 한 공연 관계자를 더하면 250명가량 됩니다. 올해는 특히 한국이 특별 초청국으로 참여했습니다. 축제 기간 2~3개의 메인 극장을 포함해 15개 정도 극장이 돌아갔고요. 총관람객(무료)은 36만 5000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4월 코트디부아르에서 개최된 '아비장 아프리카 공연예술마켓(MASA)'. 사진은 태권도 시범단 공연 커튼콜 모습. MASA 국제예술위원회 장성은 제공
'아비장 아프리카 공연예술마켓(MASA)' 개막 공연 모습. MASA 국제예술위원회 장성은 제공
상상을 초월한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부산보다 한참 앞서 공연예술마켓을 만들어 운영한 점도 놀라웠고, 개최 기간도 BPAM(5일간)보다 길었으며, 예산은 3.4배에 달했다. BPAM 전담 직원(부산문화재단 BPAM 사업단)이 3명인데, MASA 상시 직원은 10명으로, 마켓 기간에는 임시직과 자원봉사 등 100여 명으로 움직였다.
카마테 총감독은 “1993년 3월 MASA가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해도 음악과 무용, 연극 등 3개 장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들 3개 장르 외에 코미디, 콩트, 서커스(거리예술) 등 7개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예술 축제로 성장했다”면서도 “우리는 마켓(시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페스티벌(축제)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했다.
축제형 마켓을 지향하는 것은 BPAM과도 일맥상통했다. MASA의 지향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MASA는 단순한 문화 행사가 아니라, 아프리카의 경제 발전과 다양한 국가 간 소통을 증진하는 촉매 역할을 합니다. 시장도 중요하지만 축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시장을 통해 예술가들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론 코트디부아르 국민을 위한 수준 높은 공연예술 축제를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아트 마켓의 목적이 예술가의 생활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꼭 집어서 말한 점은 놀라웠다.
MASA가 이룬 그간의 성과도 궁금했다. 카마테 총감독은 “MASA를 통해서 아프리카 예술가들이 국제적으로 진출한 점이 가장 큰 성과일 것”이라면서 “올해만 하더라도 비즈니스 미팅이 900건, 축제 기간 성사된 계약은 60개, 이후 지금까지 130~140개 정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MASA가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고 아프리카 국가 간 유대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재정은 80%가 코트디부아르 정부에서 나온다. 그 외 프랑코포니(프랑스어를 모국어나 행정 언어로 쓰는 국가들로 구성된 국제기구), 아비장시, 후원사 등으로 구성된다.
카마테 총감독은 “아시아, 특히 한국과 교류하고 싶다. 이번이 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24시간 이상 걸려서 올해 부산까지 온 이유도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서”였다. 단, MASA의 공연 작품 선정은 4년 임기로 구성되는 MASA 국제예술위원회가 맡고 있다. 현재 19개국 21명의 전문가가 7개의 섹터에 나눠져 있다. 한국인도 1명(장성은) 포함돼 있다.
'아비장 아프리카 공연예술마켓(MASA)' 공연 모습. MASA 국제예술위원회 장성은 제공
이렇다 보니 작품 선정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좋은 작품을 고르게 되면 많은 관객이 신뢰를 갖고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한 “창의산업의 성장과 교육 인프라 구축,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우리 공연 미래를 밝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MASA가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부산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멀리 가기 위해선 예산이 확실히 뒷받침돼야 하고, 조직 역량과 수준이 지금보다는 높아져야 합니다. 단 2회 만에 수많은 VIP 해외 델리게이트를 모신 부산의 역량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다만, 어렵게 모신 VIP인 만큼 의전에 소홀함이 없어서 좋은 평판을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고, 해외 네트워크는 꾸준히 잘 관리해야 할 겁니다. 그걸 못하면 국내 행사로 전락하고 맙니다.”
한편 카마테 총감독은 프랑스문화원 원장 등 문화외교관으로 오랫동안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지난해 6월 MASA 총감독으로 임명됐다. 정해진 임기는 따로 없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