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격증 45개… 70대에 챗GPT·무술 자격증도 더했죠” ‘자격증 부자’ 신영용 씨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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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 때 생계 이유로 도전 시작
대학 졸업장 6개, 현재도 재학
한자·영어 공부법 관련 책 발간
“자격증 취득 성취감, 삶에 활력”

신영용 씨가 최근 발간한 책 <한자 영어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다-부수편>과 ‘챗GPT AI지도사 1급’ 자격증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 신영용 씨가 최근 발간한 책 <한자 영어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다-부수편>과 ‘챗GPT AI지도사 1급’ 자격증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

자격증 45개, 대학 졸업장 6개. 73세 신영용(부산 부산진구) 씨가 평생 불려 온 재산이다.

‘자격증 부자’ 신 씨가 처음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생계’ 때문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어요.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으니 공장을 전전하며 단순노동만 했죠. 힘들었습니다. 28살에 건축목공기능사 자격증을 땄어요. 그 덕에 사우디아라비아로 국외 취업을 갈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고압가스기능사, 공업배관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등을 땄고, 44세 때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특채로 늦깎이 입사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곧바로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치렀다. “살아 보니 배워야겠더라고요. 직장을 다니면서 건축과 야간, 방송통신대 경영학과, 디지털대 요가명상학과를 졸업했어요. 퇴직 후에 디지털대학 3곳을 더 졸업하고, 지금도 사이버대학에서 공부 중입니다.”

신 씨는 회사 퇴직을 몇 년 앞두고서는 ‘제2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관심을 두고 있던 여러 분야 중 한자를 배워서 가르치자고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다. 한자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퇴직 후 한자 학원을 열었다. 초등학교 방과후 교사와 복지관 한자교실 강사로도 활동했다.

‘봉사’를 염두에 둔 이후로는 레크리에이션, 건강 박수, 마술, 노래 강사, 요가, 무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격증을 땄다. 이를 바탕으로 요양원과 복지관 등에서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신 씨는 “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 일원으로서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떤 자격증이 가장 자랑스럽냐고 묻자 신 씨는 가장 최근에 딴 ‘챗GPT AI지도사 1급’과 필리핀 무술인 ‘아르니스 1단’을 꼽았다. “새로운 것들이 계속 나오니 조금이라도 따라가야죠. 챗GPT는 활용법이 무궁무진하더라고요. 재미있습니다. 무술 자격증은 20~30대에 많이 따는데 저는 다 40대 이후에 땄어요. 아르니스는 70대에 땄으니 스스로 대견하죠. 자격증을 따고 필리핀에 가서 12주간 어학연수도 하고 아르니스 실력도 더 쌓았습니다.”

첫 자격증을 딴 1979년 이후 매년 평균 1개씩 자격증을 딴 셈인데, 하루 일상은 어떨까. “밤 11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납니다. 일어나면 요가와 비보이 동작을 하면서 몸을 풀어요. 일주일에 3일은 맞춤돌봄 봉사를 합니다. 취약계층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말벗이 돼 줍니다. 오후에는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요. 학원도 다니지만, 지자체와 기관의 수업을 적극 활용합니다. 지역신문과 지자체 홈페이지에 수시로 들어가서 정보를 알아봐요."

신 씨는 올해 1월 책 〈한자 영어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다-부수편〉을 발간했다. “제가 기초지식이 약하다 보니까 어휘력과 문해력이 약했어요. 공부가 참 어렵고 힘들더라고요. 한자를 공부해 보니 어휘력도 좋아지고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이런 부분을 보급해야겠다는 마음에 책을 썼어요.”

책을 쓰기 위해 10년간 자료를 모았고, 집필한 4개월간은 하루 5시간도 자지 않고 매달렸다. 신 씨는 ‘기초편’ 발간도 계획하고 있다. 또 50번째 자격증을 손에 쥐게 되면 그와 관련한 책도 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 씨는 내년에 사이버대학 한국어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어교원 자격증이 나오면 다문화 가족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나 해외에서 한국어 보급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를 같이 알리기 위해 태권도도 수련 중이다.

“그렇게 자격증 계속 따서 뭐 하나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성취감 자체가 삶에 굉장한 활력이 됩니다. 퇴직 후에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격증 공부를 권하고 싶어요. 저도 도전했지만 실패한 자격증도 있고, 몇 번 만에 따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도 도전하면 못 할 일은 없고 계속 반복하면 안 되는 것도 없어요. 제 머릿속에 각인된 말입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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