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전자 '어닝 쇼크' 현실로… 이례적 사과까지 (종합)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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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 실적, 시장 예상치 밑돌아
스마트폰·PC 판매 부진이 원인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역전 예상
전영현 부문장 "위기 극복 최선"

8일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9조 원대의 영업이익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실적발표 후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8일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9조 원대의 영업이익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실적발표 후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9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치며 ‘어닝 쇼크’(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를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며 주력인 범용 D램이 부진한 데다, 반도체 부문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된 때문이다.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은 79조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이미 낮아진 시장 눈높이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매출은 분기 사상 최대였던 2022년 1분기(77조 7800억 원)의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조 4335억 원)의 4배가 넘는 10조 3047억 원, 매출은 19.98% 증가한 80조 8700억 원으로 각각 예측됐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부진은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12~16주로 증가하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당초 예상을 밑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인공지능(AI)·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견조한 가운데 삼성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경쟁업체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성과급)과 파운드리 수주 부진, 비우호적인 환율,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 등도 작용했다.

잠정 실적인 만큼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증권업계에서는 DS 부문이 5조 3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1위 삼성전자를 제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DS 부문(메모리 사업)과 SK하이닉스의 차이는 약 1조 원 규모로 삼성전자가 앞섰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3분기 6조 70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에 이어 4분기 역시 7조 872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23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은 6조~7조 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근소하게나마 앞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일반 D램보다 3~5배 비싼 HBM 시장을 선점하며 수익성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전자의 기대이하 실적과 관련,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투자자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 부회장은 이날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상에 없는 기술과 품질로 재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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