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쓰나?” 경상국립대 내동캠퍼스, 활용 방안 ‘골머리’
2016년 준공…접근성 낮아 학생·교수 기피
대학 통합 후 상황 악화…창업대학원만 활용
수의대 활용 의견…증원 확대 등 과제 남아
경상국립대 내동캠퍼스 전경. 도시 외곽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주변에 상권이 없어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다. 김현우 기자
경상국립대학교가 경상대-경남과기대 통합 이후 남겨진 내동캠퍼스 건물 활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지은 건물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에 상권이 없어 건물의 절반 이상을 비워놓은 상태다.
9일 경상국립대에 따르면 내동캠퍼스는 경남과기대 시절인 지난 2016년 진주시 내동면 신율리에 준공됐다. 건축비로만 170억 원이 투입돼 지하 1층·지상 6층·연면적 9390㎡ 규모로 지어졌다. 건물 내부는 1~2층은 공용 강의실, 3~6층은 층당 1개 학과가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경남과기대는 2011년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하면서 부지와 교사시설이 부족해졌고, 이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내동캠퍼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내동캠퍼스 운용은 기대만큼 원활하지 못했다. 캠퍼스 인근에 종합 농장이 있는 만큼 당초에는 생명자원과학대학 8개 학과를 모두 이전할 계획이었지만 교수·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캠퍼스가 도심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통학 불편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경남과기대는 계획을 철회하고 에너지공학과와 사회복지학과, 글로벌무역통상학과 등 3개 학과와 창업대학원을 이전시켰지만 역시 많은 반발에 직면했다. 교양수업은 칠암캠퍼스에서, 학과 수업과 활동은 내동캠퍼스에서 받아야 하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교수들 역시 연구실·실험실을 핑계로 이전을 꺼려해 자연스레 빈 강의실과 연구실이 많아졌다.
내동캠퍼스 활용 문제는 경상대-경남과기대 통합 이후 더 심각해졌다. 통합 이전과 비교해 학생 수는 유지가 됐지만 유사 학과 통합이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레 대학에 공간이 남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칠암캠퍼스의 경우 대학 일부 공간을 창업기업에 임대하고 e스포츠 경기장을 만드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칠암캠퍼스는 그나마 활용 방안을 찾기 쉽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내동캠퍼스는 오히려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현재 교양수업을 듣지 않는 창업대학원만 그나마 내동캠퍼스를 정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경상국립대 내동캠퍼스 내부 모습. 시설은 훌륭하지만 이용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김현우 기자
산학협력단을 옮겨가는 것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창업 기업들이 칠암캠퍼스에 자리 잡고 있다 있다 보니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그 이상의 진척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상국립대 관계자는 “대학 내에서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내동캠퍼스 활용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많은 예산을 들인 건물을 방치할 수 없는 만큼 더 좋은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의대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경상국립대는 부산 동명대와 손잡고 동명대 안에 경상국립대 동물병원 부산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부산분원의 경우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내동캠퍼스는 소·돼지·닭 등을 다루는 병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실제 경상국립대 내에서는 해당 안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수의대 정원으로는 부산분원에 내동캠퍼스까지 모두 운용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교육부로부터 정원 확대 허가를 얻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또한 기존 수의대가 가지고 있던 연구시설이나 장비, 치료시설 등을 옮겨야 하고, 기존 수의대 건물의 활용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경상국립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다른 국립대에 비해 경상국립대는 수의대 정원이 좀 적은 편이다. 교육부가 허가를 해주고 조건이 갖춰진다면 수의대가 내동캠퍼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