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해 본 사람이 먼저 발견… 생성형AI 당장 써 보세요"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제17기 부산일보 CEO 아카데미 강연
'생성형 AI 시대, 비즈니스와 인류' 주제
지난 8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7기 부산일보 CEO 아카데미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챗GPT가 가져올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30만 년간 인간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었습니다. 없던 것을 생성해 내는 존재도 인간뿐이었죠. 그런데 지난해 우리는 인간이 아닌데 새로운 것을 생성해 내는 존재를 경험했습니다.”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지난 8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7기 부산일보 CEO 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펼쳤다. 김 교수는 이날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비즈니스와 인류’라는 주제로, 챗GPT로 인한 산업 변화를 이야기했다.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챗GPT가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참석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교수는 인터넷의 역사를 먼저 이야기했다. “인터넷 기반 통신은 1960년대에 완성됐지만 특화된 하드웨어와 고도의 기술이 있어야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만 체험이 가능했던 거죠. 1993년 첫 인터넷 브라우저인 모자이크가 등장하면서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일반 소비자가 인터넷을 경험하면서 전문가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애플리케이션들을 상상합니다. 인터넷으로 쇼핑한다거나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 등이죠.”
인공지능의 역사도 50년이 됐다. 초기 인터넷처럼 전문가들만 체험하다가, 챗GPT가 등장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언어로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이 그랬듯이, 전문가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일반 소비자들이 상상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처음 제안된 인공지능은 세상을 알아보는 기계,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기계가 목표였다”며 “그중 세상을 알아보는 것은 딥러닝 기술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캐나다 토론토대 제프리 힌턴 교수가 딥러닝 기술을 제안합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기계에 학습 기능을 부여해서 스스로 찾아내도록 유도한 거죠. 그런데 이 기술로도 인간의 언어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 문제는 2017년 구글이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제안하면서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트랜스포머는 인터넷에 있는 모든 문장을 가져와 단어와 단어의 조건적 확률을 거대언어모델(LLM)로 학습한다. “인간이 챗GPT에게 문법을 가르쳐 준 적은 없습니다. 수천억 개의 문장을 기반으로 생성형AI가 스스로 문법을 추론해낸 거죠. 더구나 LLM은 규모가 커질수록 가르쳐 주지 않은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는 창발적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김 교수는 “문제는 모델을 얼마만큼 키워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모델이 커지면서 인간의 능력을 조금씩 추월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이로울지 해로울지에 대한 예측은 갈리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생성형AI가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반도체, 휴대전화 디바이스, 디스플레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오픈AI 최고경영자인 샘 울트먼은 10년 후에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생성형AI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반도체 능력과 데이터센터가 있어야 하는데요. 반도체 산업은 최근 탈세계화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인프라를 회수하고 있죠. 또 생성형AI 시장에서는 메모리 패키징 기술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기술이에요.”
생성형AI의 ‘멀티모달’은 휴대전화 디바이스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멀티모달은 텍스트, 이미지, 소리, 영상 등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합니다. 기계가 실시간으로 세상을 알아보고 인간에게 보여주는 거죠. 주머니나 가방에 들어 있는 휴대전화가 적절한 디바이스가 아닐 수 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생성형AI에 최적화된 새로운 디바이스가 5년 안에 등장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휴대전화 디바이스의 가격전쟁이 시작되겠죠. 같은 맥락에서 디스플레이 산업도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지적 노동력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 대부분 대량생산 체계를 갖췄듯이 콘텐츠와 서비스도 AI로 대체될 것입니다. 현재 예측으로는 10년 안에 AI가 만든 콘텐츠로 다 물갈이될 것이라고 합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생성형AI 시대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는 질문이 나왔다. 김 교수는 “먼저 해 본 사람이 먼저 발견한다”고 답했다. “살아남으려면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되도록 많이 써보세요. 비즈니스 모델이 갑자기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많은 아이디어를 상상할 것이고, 가장 먼저 인식하고 사업화한 회사들이 뜨게 될 것입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