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비만을 이긴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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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국내 출시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화제다. 덴마크에 있는 제조사의 임상시험에서 평균 14.8%의 감량 효과를 보인 약이라는데, 비보험이라 한 달분 가격이 100만 원에 육박하는데도 전국의 병원 전화가 처방 문의로 불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단순히 뚱뚱하다고 비만인 건 아니다.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그렇게 정했다. WHO는 나아가 1996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이후 세계는 비만과 전쟁에 돌입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는 9억 명이 넘는다.

당초 사람들은 비만은 의지의 문제, 즉 식단 조절과 운동 등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여겼다. 저탄고지니 간헐적 단식이니 하며 숱한 다이어트 방법이 개발되고 유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은, 바로 약이다.

위고비로 인해 인류가 비만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기대하는 모양이다. 위고비는 ‘GLP-1‘이라는 약물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약물을 공동 개발한 학자 3명이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을 최근 받았다. 이들은, 비록 탈락했지만, 올해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유력시됐었다. 그만큼 위고비, 정확히는 ‘GLP-1’이 갖는 의미는 대단하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GLP-1에도 부작용이 보고됐다.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위무력증이나 장폐색, 근육 감소, 구토,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이다. 더 치명적인 건 약을 끊으면 바로 다시 살이 찔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번 위고비 주사를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있다. WHO가 단정하는 비만이 꼭 옳냐는 것이다. 19세기에 고안된 BMI 산식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다. ‘BMI 30’이라는 기준도 아리송하다. WHO가 이 기준을 적용할 당시 비만 치료제 관련 제약회사들의 집요한 압력이 있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참고로, 대한비만학회는 WHO보다 범위를 더 넓혀 BMI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비만이 죄악처럼 여겨지는 작금의 세태가 어쩌면 특정한 상업적 목적 아래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리 본다면 비만과의 전쟁은 어쩌면 허상을 이기려 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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