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운 영화감독 “‘거미집’은 영화가 없어진다는 상상하며 만든 작품”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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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달콤한 인생’ ‘밀정’ 등으로
3년 연속 커뮤니티비프 찾아
차기작 ‘더 홀’ 내년 봄 촬영

김지운 영화감독은 “누가 만든 것 같은 작품을 반복해 만드는 작업은 의미 없고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운 영화감독은 “누가 만든 것 같은 작품을 반복해 만드는 작업은 의미 없고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포, 누아르, 코미디…. 손대는 영화마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감독이 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그 속에서 본인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감독이다. 3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될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김지운 감독을 만나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998년 영화 ‘조용한 가족’으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김지운 감독은 ‘반칙왕’(2000), ‘장화, 홍련’(2003),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밀정’(2016) 등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굵직한 작품을 여럿 남겼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흥행까지 성공하며 ‘장르의 마술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세련된 미장센으로 한국 공포영화계의 큰 영향을 미친 ‘장화, 홍련’과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든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가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누가 만든 것 같은 작품을 반복해 만드는 작업은 의미 없고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장르영화를 탐구하면서도 기존의 것을 뛰어넘고 고유의 스타일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작품인 영화 ‘거미집’(2023)에서 새로운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를 찍는 영화를 통해 감독과 영화산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한 것. 그는 ‘거미집’을 “팬데믹으로 영화 산업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미집’으로 지난해 춘사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 3월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멈췄을 때 영화를 찍지도 못하고 극장에도 가지 못하면서 이대로 영화가 끝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내가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던 도중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며 “검열이라는 제도가 있던 한국 영화계의 엄혹한 시절을 다루고, 그 시절 선배들이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가진 고민을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자랑하면서도 대중성을 놓치 않는 김 감독은 올해 ‘밀정’으로 3년 연속 BIFF를 찾았다. 커뮤니티비프 관객프로그래머들은 김 감독의 영화를 매년 초청하며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22년에는 영화 ‘달콤한 인생’으로, 지난해에는 영화 ‘장화, 홍련’으로 부산을 찾았다. 그는 “장르영화와 제가 가진 영화적 감수성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 장르영화를 계속 시도해 왔다. 저급하지 않고 격 있게 즐길 만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며 “다행히 관객들이 제 작품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부산을 자주 찾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편혜영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차기작 ‘더 홀’로 관객과 만날 준비 중이다. ‘더 홀’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하반신이 마비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공포, 서부극 등 하고 싶은 장르의 영화는 다 해본 것 같다. 이제는 지금까지 해왔던 장르의 작품을 완성하고 성숙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더 홀’은 한국과 미국의 합작 영화로 미국 쪽 배우들의 확정을 기다리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봄부터 촬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영화산업 자체가 어려워졌는데 한국 영화만 찾아달라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좋은 영화를 계속 만들 테니 관객분들이 극장을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고 영화하는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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