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담당자 바뀌자 사업 엎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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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지세포 해양테마파크 사업
마산해양수산청 시행 승인 반려
“절차상 하자, 공모 다시 해야”
민간사업자 반발·행정소송 제기
거제시 ‘손배소 피소’ 가능성도

거제시 지세포 다기능어항 부지 개발사업 조감도. 홍익관광개발이 1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 해상 대관람차를 중심으로 숙박과 레저, 위락시설을 두루 갖춘 종합 관광단지로 밑그림을 그렸다. 부산일보DB 거제시 지세포 다기능어항 부지 개발사업 조감도. 홍익관광개발이 1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 해상 대관람차를 중심으로 숙박과 레저, 위락시설을 두루 갖춘 종합 관광단지로 밑그림을 그렸다.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 ‘지세포 해양테마파크 프로젝트’가 다시 하세월이다. 부지 조성을 완료하고도 각종 하자 논란에 투자자도 없어 4년 넘게 방치하다 겨우 민간사업자를 찾았지만,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엇박자 행정에 이마저도 무산될 위기다. 행정기관의 책임 회피에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 사업자 반발이 거센 가운데, 자칫 거제시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세포 다기능어항 부지 개발 민간사업자인 홍익관광개발(주)은 최근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마산청의 ‘어항개발사업 시행허가신청 반려’ 처분이 정당한지 따져보자는 취지다.

지세포 해양테마파크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지세포 다기능어항 부지에 해양관광·레저시설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대상지는 일운면 지세포해안로 15-44 일원 3만 1988㎡다. 이곳은 해수부가 248억 원을 들여 지세포 앞바다 15만 3000㎡를 매립해 확보한 개발 용지 중 일부다.

2008년 첫 삽을 떠 2014년 공사를 마무리한 해수부는 거제시에 관리권을 넘겼지만 부실 시공에 따른 각종 하자에다 조선업 불황까지 겹쳐 하세월 하다 2019년 홍익관광개발을 민간투자사업자로 선정했다.

홍익관광개발은 해수부 소유 부지를 임대 개발하는 방식으로 총 1000억 원을 투자해 176실 규모 숙박 시설과 세계 최초 해상 대관람차, 청소년 유희장, 산책로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거제시, 해수부와 관련 인허가 협의에 착수했다.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엉뚱한 곳에 발목이 잡혔다.

거제 지세포 다기능항 내 해양레저지구 개발 계획도. 거제시 제공 거제 지세포 다기능항 내 해양레저지구 개발 계획도. 거제시 제공

해수부 산하 기관인 마산청이 뒤늦게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아 사업자가 낸 시행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어촌어항법에 따라 어항 내 대상 용지에 대한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해 어항개발계획에 반영한 뒤 시행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거제시가 계획 승인도 안 된 상태에 성급하게 공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홍익관광개발이 제안한 프로젝트는 ‘법적근거가 없는 특혜성 사업으로 어항 기능에도 맞지 않다’며 절차가 잘못된 만큼 사업자 공모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예상치 못한 딴죽에 거제시와 홍익관광개발은 상급기관인 해수부가 고시한 사업 계획과 그동안의 협의 과정이 담기 회의록 등을 제시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호소했지만 마산청은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홍익관광개발은 사법부 판단을 받아 보기로 했다.

홍익관광개발 관계자는 “지난 4년간 (마산청이)하라는 거, 시키는 대로 다 했다. 수차례 보완요구까지 군말이 없이 이행했다. 거제시와 해수부는 물론 마산청과 주고받은 공문도 있는데, 담당 과장이 바뀌더니 엉뚱한 핑계를 대며 인정 못 하겠다며 엎어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볼 때 무조건 이길 거라 생각해 행정소송부터 냈다. 어떻게든 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숙박, 레저, 위락시설이 들어설 지세포 다기능항 내 해양레저지구(파란선). 부산일보DB 숙박, 레저, 위락시설이 들어설 지세포 다기능항 내 해양레저지구(파란선). 부산일보DB

거제시도 안절부절못한다. 행정소송에서 패해 사실상 사업이 백지화하면 공모 주관 기관이자 협약 주체로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홍익관광개발이 그동안 각종 인허가 절차와 환경·재해영향평가에 투자한 비용만 50억 원 남짓이다. 최악의 경우, 거제시가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거제시는 “상당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바뀐 (마산청) 실무진 결정으로 허가가 반려됐다. 시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사업자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 사업이 빠르게 재개되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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