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저출생 반등 위해 재정지원 패러다임 혁신"
한덕수 총리,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 대독. 11년만에 처음
"육아휴직 업무부담 지원금 신설…배우자 출산휴가 20일로"
"정부 출범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었다" 소회 밝혀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저출생 추세 반등을 위해 재정지원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며 “그간의 단순한 현금성 지원에서 벗어나, 실제 육아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양립, 돌봄, 주거의 3대 핵심 분야를 중점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육아휴직 급여를 대폭 인상하고, 동료 업무 분담 지원금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아이가 아프거나 해서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경우, 65개 상생형 어린이집을 통해 긴급 돌봄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면서 “신혼부부와 출산 부부의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을 2억 5000만 원으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또 “필요한 시기에 충분히 육아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배우자 출산휴가를 20일로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저출생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하면서 연금·의료·노동·교육 등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임기 반환점(10일)을 앞두고 이뤄진 시정연설이라는 점에서 집권 2년 반 동안의 성과를 소개하고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며 “대내외 위기에 맞서 지난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국정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안보 문제와 관련,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군사 공조는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점검해 철저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더욱 튼튼하고 강력하게 안보를 지켜나가겠다”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긴밀한 한미일 삼각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국제적인 고금리와 고물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됐고, 주요 국가들의 경기 둔화는 우리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며 “이러한 글로벌 복합 위기는 우리 민생에 큰 타격이 됐다”고 현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자동차 산업의 수출 증가와 체코 원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역대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 등은 성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민생의 회복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삶 구석구석까지 경기 회복의 온기를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총리가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는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시정연설은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하는 연설을 말하며,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 시작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하고 나머지 해에는 총리가 대독했다.
현직 대통령이 매년 시정연설에 나서는 관행이 만들어진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부터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열렸던 국회 개원식에도 비슷한 사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