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대표의 대통령 사과·쇄신 요구, 외면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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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국민들 바람 수용 않을 땐
지지율 바닥 추락, 국정 마비 불가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이 공개된 지 나흘 만에 나온 입장 표명으로,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조치에 더해 국정 전반의 근본적 쇄신을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커지는 국민적 분노와 지지 기반 붕괴라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테다. 이런 급박한 상황을 대통령과 대통령실만 모르는 것인지 여전히 불통에 갇힌 모습이 안타깝다.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여당 대표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할 때다.

이날 한 대표가 밝힌 입장은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과 국정 기조의 전면 전환으로 요약된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조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은 이미 대통령실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내용들이다. 한 대표는 여기에다 대통령의 사과와 과감한 쇄신 개각의 단행을 촉구했다. 매섭게 돌아서는 민심 앞에서 국정 기조 전환이 더 늦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배경에 깔려 있다. 집권 여당 대표가 민심에 귀를 닫은 대통령을 설득하고 나선 걸 다행스럽게 여겨야 하는 현실이 당혹스럽다. 지난 3일 여당 시도지사 협의회가 적극 소통과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문을 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여권 전체가 총체적 위기감에 휩싸였는데도 대통령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한시가 급한 한 대표의 요구에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11월 말에나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서둘러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인사 조치를 포함한 국정 혁신안을 발표하기에도 모자란 마당에 ‘장고’를 부릴 여유가 어디 있는지 납득이 안 된다. 위기 대응에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조차 분출하는 이유다. 4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74.2%를 기록해 급기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는 끝내 불참했다. 대통령이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민심이 떠나고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지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대통령 지시가 있어도 공직 사회는 움직이지 않을 테고 그럴수록 국정은 파행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권력 기반이 밑동부터 흔들린다는 걸 의미한다. 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국정 파행이 만약 국정 마비로 이어진다면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한 대표의 쇄신 요구는 국민 여론을 반영한 최소한의 요구다. 그간의 여러 의혹들에 대해 대통령이 당장 사실관계를 진실하게 밝히고 잘못이 있으면 응당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마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신뢰 회복의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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