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K김(GIM)의 약진
한반도에서 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3세기 말 〈삼국유사〉에서 시작되고, 지금 같은 형태로 김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조선 시대부터이다. 김은 조선 초기에 명나라에 예물로 보내질 정도로 매우 귀한 수산물로 취급됐다. 고문헌에서 김은 해의(海衣), 자채(紫菜), 자태(紫苔), 해태(海苔), 감태(甘苔), 청태(靑苔), 적태(赤苔) 등 여러 이름으로 표현되지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국가 기록물에는 대부분 해의로 기록된 것으로 미뤄볼 때, 조선 시대 김의 표준명은 해의로 보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바다에서 자라는 자연산 김을 채취해서 먹었지만, 조선 중기 인조 18년(1640년) 전남 광양 태인도의 선비 김여익이 김을 양식해서 건조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조선왕조실록〉에서 전한다. 김여익은 바닷가에 떠밀려 온 나뭇가지에 김이 착생한 것에 힌트를 얻어 간석지에 대나무를 꽂아 시험한 것이 ‘섶 양식’의 시작이라고 알려졌다. 김이라는 이름도 김여익의 성을 따서 붙여졌다고 한다. 김 양식이 시작된 광양 김 시식지에는 김여익 사당이 세워져 전남기념물 113호로 지정돼 있다. 만약 김 씨가 아닌 다른 성씨가 양식법을 개발했다면, 오늘날에는 김밥 대신에 ‘이밥’ ‘강밥’ ‘곽밥’으로 불렸을 수도 있다.
김은 칼슘, 마그네슘, 요오드, 철 및 아연 등 필수 미량원소의 함유량이 높고,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식이섬유를 비롯한 각종 유용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일반 해조류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은 고단백 식품으로, 마른 김 5장의 단백질 양은 달걀 1개와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 과거 서양에서 블랙페이퍼(black paper)라 불리며 기피됐던 김은 최근 세계적으로 ‘저열량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국내 식품업체가 냉동김밥 등 신제품을 개발한 것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다.
K푸드를 대표하는 ‘수출 효자 수산식품’인 김은 지난해 수출액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검은 반도체’로 불릴 정도이다. 해양수산부는 2027년까지 김 수출액을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까지 높일 계획이다. 해수부는 김 한류 열풍으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심정으로 김 영문 명칭을 (일본 명칭인) 노리(Nori)나 씨위드(Seaweed)에서 ‘GIM’으로 국제표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고품질 마른 김 등급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바다의 선물인 K김(GIM)의 약진을 응원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