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내버스 기사 95.3%, 근골격계 질환 호소
민주노총, 7일 실태조사 결과 발표
“근무 조건 열악, 산재 인정 늘려야”
7일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열린 ‘부산 시내버스 버스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이우영 기자
부산에서 많은 시내버스 기사가 어깨와 다리, 목 부위 등 근골격계 질환 증상을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산업재해 신청이 어려운 구조이거나 대다수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해 근본적 개선책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부산경남지부는 7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동구 초량동 근로복지공단 부산질병판정위원회 앞에서 ‘부산 시내버스 버스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7~9월 부산 시내버스 승무원 약 6200명 중 577명에게 근골격계 질환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50대가 305명, 40대는 139명, 60대가 92명 등으로 조사 대상 평균 연령은 52.1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리 중인 부위 비율은 목 54.3%, 어깨 39.9%, 허리 38.8%, 다리 34.1% 순이었다. 통증 호소 비율은 허리 21.5%, 어깨 20%, 목 19.1%, 다리 18.9%였다. 전신 진동과 외부 충격, 자세 등이 근골격계에 전반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최소 1곳 이상 근골격계 질환 증상을 호소하는 응답자가 95.3%”라고 설명했다.
부산 시내버스 한 달 평균 근무일은 24일이 19.6%, 23일이 60.8%, 22일이 11.3%로 조사됐다. 단체 협약 기준 만근 일수는 22일인데 초과 근무 비율이 높은 셈이다. 기사들은 1일 2교대제로 오전은 평균 8.5시간, 오후는 평균 9.5시간 근무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 동안 근골격계 질환 치료비는 본인이 부담했고, 산업재해로 치료한 경우는 1% 미만이란 지적도 나왔다. 근골격계 질환을 줄일 개선 방안으로는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 근무 개선, 산재에 대한 회사 태도 변화, 휴식 시간과 유급 휴가 확대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평균 노동 강도인 ‘보그 지수’는 13.3점으로 집계됐다. ‘아주 편함’은 6점, ‘최대로 힘듦’이 20점인 기준으로 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승무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근골격계 질환 증상이 있을 때 근무한 비율은 전체 67.4%로 조사됐다.
최무덕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은 “부산 버스 노동자를 상대로 근골격계 질환 등을 규모 있게 조사한 첫 사례”라며 “산재 인정이나 치료가 진행될 수 있게 국가와 근로복지공단 등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 노동자 건강은 시민 안전과 직결된다”며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분들이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게 지자체가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업재해를 인정하거나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병주 민주버스본부 부산경남지부 태진여객지회장은 “번거롭고 까다로운 판단 기준에 따라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쉽게 신청을 하지 못한다”며 “사고가 나도 일부 부상 부위는 불승인 결정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전광재 민주버스본부 부산경남지부장은 “아파도 일을 한 이유는 ‘불이익을 우려해서’가 17.5%, ‘일하기 바빠서’가 17.2%, ‘산재 불승인 우려 때문에’가 12%로 조사됐다”며 “10명 중 6명이 불승인 우려, 절차의 어려움, 회사 눈치 등으로 산재 신청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부산시와 유관 기관이 버스 노동자들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 인정 기준 확대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