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동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왔다…“비워 내는 삶 실천하려고 노력”
매년 11월 주민센터에 기부금 전달
2013년부터 12년째 이웃사랑 실천
울산 북구청 전경. 부산일보DB
‘11월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로 12년째 울산 북구 효문동을 찾아 기부금을 내고 갔다.
7일 효문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0시께 중년의 남성이 행정복지센터 후문으로 찾아와 복지팀장을 찾았다. 그는 밖으로 팀장을 불러내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 2000만 원짜리 수표였다. 팀장은 그가 해마다 이맘때 찾아오는 익명의 기부자임을 알아봤다.
기부자가 “올해는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좋은 곳에 써 달라”며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곧바로 팀장이 차 한잔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부끄럽다.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팀장이 한 번 더 차를 권유했고 상담실에서 그와 5분가량 짧은 대화를 나눴다.
팀장이 “기부금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겠냐”고 묻자, 그는 “좋은 곳에 쓰일 걸 알고 있다. 필요한 곳에 써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풍족한 삶보다는 비워내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익명의 기부자는 2013년 해마다 11월이면 효문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현금과 상품권 등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2000만 원을 기부했다.
효문동은 해당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했으며, 취약계층 생계비와 의료비 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