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혁신, 과감한 투자, 적극적인 현지화 ‘삼박자’ 성공 [해외서 새 길 찾다]
상. 베트남 진출 지역 기업
화승비나, 스마트팩토리 갖춰
인건비 절감·인력 확보 차원
삼덕통상, 해외서 위기 극복
부산상의·롱안성, MOU 체결
지난 8일 베트남 동나이성 화승비나 1공장에서 소수의 근로자들이 운동화를 제작하고 있다. 화승비나 제공
싱가포르와 베트남. 정치, 문화, 경제 규모 등 공통 분모가 없어 보이는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지역 기업이 진출해 새 활로를 찾은 곳이라는 데 있다. 고환율에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지역 기업들에게 이들 지역은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 4~10일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했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을 비롯해 지역 대표 기업인 등 33명으로 구성된 부산상의 경제사절단은 현지 지역 기업을 격려하는 한편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지자체·기관과 인적 교류, 투자 활성화 등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부산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부산상의 경제사절단의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 지역에 진출한 기업의 현지화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스마트 팩토리 대변신 화승비나
수천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과 화학약품 냄새가 뒤엉킨 신발 공장은 그저 옛말이었다. 지난 8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베트남 화승비나는 여느 노동집약적 공장과는 사뭇 다른, 스마트 팩토리의 전범이었다. 자동화 설비로 대량 생산이 이뤄졌으며, 별도 생산된 부품들이 한데 모여 조립이 마무리됐다. 작업장 곳곳에 설치된 각종 모니터를 통해 제품 생산 단계별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디지털 센터를 중심으로 데이터 등을 집적했다. 신발 제조과정 상당 부분이 자동화를 이룬 셈이다.
화승그룹 소속 (주)화승엔터프라이즈의 베트남 법인 화승비나는 2002년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에 설립됐다. 화승그룹이 1995년 미국과 베트남 수교 이후 2001년 베트남 진출을 결정하면서 이듬해 모습을 갖췄다. 공장은 이후 확장을 거듭해 1·2공장, 아디다스 이노베이션 센터에 이어 화승폴리텍까지 더해지면서 전체 면적은 66만 1157㎡(20만 평)에 이른다.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리복 등을 주로 생산하면서 연매출 7000억 원을 기록 중인 화승비나는 동나이성에서 260km 떨어진 락쟈 공장과 240km 거리에 위치한 속짱 공장까지 합치면 종업원은 3만여 명 정도다.
화승비나가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힘쓴 것은 해마다 오르는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인근에 위치한 삼성전자 등 거대 기업과의 인력 확보 경쟁도 한몫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가입 등 탄소 감축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과 작업환경 개선 작업을 병행 중이다. 박동호 화승네트웍스 대표는 “디지털 센터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완비로 스마트 팩토리가 완전히 구축되면 2027년엔 연매출 3조 원 달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베트남 인력의 기술력은 좋지만 인건비가 만만찮은 만큼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벗어나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 변화와 혁신, 현지화에 힘써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베트남 롱안성 삼덕베트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수작업을 하는 모습. 윤여진 기자
■개성공단 실패 딛은 삼덕통상
신발업계 최초로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된 부산 대표 강소기업 삼덕통상이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개성공단 폐쇄 때문이었다. 삼덕통상은 2005년 삼덕스타필드 개성공장 설립 이후 3000여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개성공단의 상징이 됐지만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은 베트남으로 눈길을 돌렸다. 2016년 한국 신발기업 진출이 거의 없던 롱안성에 삼덕베트남을 설립한 문 회장은 과감한 투자와 현지화를 통해 제2 공장 영인비나 완공에 이어 종업원 2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3 공장인 삼덕 안장을 신축 중이다.
9만 4903㎡(2만 8700평) 규모에 베트남 종업원 3800여 명이 근무 중인 삼덕베트남에선 케이투(K2), 아이더, 노스페이스, 머렐, 디스커버리, 네파 등 아웃도어 브랜드 뿐만 아니라 러닝화, 골프화 등 여러 품종을 소량 개발·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아 숙력 인력을 확보했다. 이 같은 숙련 인력은 재고 부담을 없앤 JIT(Just In Time)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린(Lean) 방식으로 생산성을 늘리는 동력이 됐다. 기존 재봉 공정에 컨베이어 흐름의 원리를 적용한 WIP 시스템 등을 도입해 효율성도 높였다. 문 회장은 “위기를 기회 삼아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베트남에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산상의, 롱안성과 협력 강화
부산상의는 이처럼 베트남에서 부산의 위상을 높이는 지역 기업과 함께 향후 이들 지역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지자체와 협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 8일 베트남 롱안성 산업무역부에서 롱안성 인민위원회 후인 반 손 부위원장 등 롱안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업무협약을 통해 인적 교류는 물론 무역, 기술 교류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무협약과 함께 마련된 주제 토론에서는 양국의 경제 동향과 투자 의향, 지자체 정책 등에 관한 정보 교류도 이뤄졌다.
롱안성에는 삼덕통상을 비롯해 200여 개 지역 업체가 진출해 있어 이번 업무협약 체결로 지역 기업들이 보다 다양한 지원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은 “부산 기업들이 롱안성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고, 롱안성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동나이성·롱안성=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