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서 부산 선원 살해한 80대, 24년 만에 국내서 첫 재판
첫 공판서 "살인 고의 없었다" 주장
"싸움 말리던 동료에 과실로 권총 쏴
우루과이서 1년 6개월 실형 살았다"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2000년 우루과이의 한 식당에서 싸움을 말리던 동료 선원에게 총을 쏴 살해한 혐의를 받는 80대가 24년 만에 한국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살인 혐의로 이 남성을 기소했고, 피고인 측은 살인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지난 1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80대 남성 A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인 A 씨는 2000년 11월 27일 우루과이의 한 식당에서 한국인 선원 B 씨를 포함한 무리와 말다툼을 하다 몸싸움으로 번졌다. 해당 무리는 부산 지역 선사 소속 선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A 씨는 B 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자신의 차 안에 보관 중이던 권총을 가지고 와 B 씨에게 겨눴다. 이를 발견한 C 씨가 급하게 A 씨를 제지했다. 하지만 총탄이 C 씨의 목 부위로 격발됐고 결국 C 씨는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지난 12일 열린 공판에서 A 씨 측은 살인의 고의가 없어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A 씨 변호사는 “피고인은 집단 폭행을 당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일행에 겁을 주기 위해 차에 보관하던 권총을 꺼냈다”며 “이를 본 피해자가 말리던 도중에 과실로 권총이 격발되면서 C 씨가 사망한 것이다”고 밝혔다.
C 씨의 사망 후 선사는 부산해양경찰서에 A 씨를 신고했다. 하지만 A 씨가 우루과이 등 해외에 머물러 사건은 국내서 기소 중지됐다. 이후 여러 차례 국내를 찾은 것으로 알려진 A 씨는 지난 9월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다 부산해경에 체포돼 구속 송치됐다.
A 씨 측은 이미 우루과이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고 주장한다. 현지 법원은 살인 혐의 대신 과실치사로 봤다는 의미다.
형법 제7조에 따르면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삽입한다. A 씨는 이미 우루과이 법원에서 처벌을 받았지만, 국내 사법부의 판단을 새롭게 받아야 한다. 국내서 실형 등이 확정되면 우루과이에서 복역했던 징역 1년 6개월이 차감된다.
A 씨 측은 현지 판결문을 입수하려 했으나 24년 전 우루과이 법원의 전산화 미비로 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우루과이 정부 측에서 우루과이 대사관에 판결 내용을 보냈다는 서류를 받은 사실이 있다며 해당 서류에 대한 사실 조회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우루과이 대사관에 범죄 경력 조회를 했는데, 미회신 상태로 향후 공판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에 A 씨가 우루과이서 실형을 받은 판결문과 범죄 경력 등의 자료 제출을 당부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