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 도지코인 200% 폭등… ‘묻지마 투자’ 과열
머스크 내각 발탁에 투자 자극
비트코인 9만달러, 연일 최고가
“10~30% 추가 상승” 분석까지
과열 양상에 신중한 투자 필요
13일 비트코인이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영향으로 사상 최고가인 9만 달러를 찍었다. 이날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가상자산 시장이 ‘트럼프 랠리’로 모처럼 불장을 맞았다. 도지코인과 같은 이른바 ‘밈(Meme) 코인’도 덩달아 강세다. 다만 단기간 급등 현상에 따른 묻지마 투자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꼴’과 같다는 경고도 나온다.
13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1억 2330만 원을 기록했다. 빗썸에선 1억 233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달러로는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8만 8641달러를 나타냈다. 비트코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현재까지 30% 급등했다. 이날 장중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9만 달러를 ‘터치’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머지않아 10만 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 임민호 연구위원은 “비트코인과 금 가격 비율을 근거로 비트코인 최고가를 전망하면 10만 달러에서 12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 현재보다 10~30%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최근 비트코인 랠리에는 ‘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가상자산 산업의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가상자산 규제에 앞장섰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비트코인을 전략자산 비축으로 활용하겠다는 공약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기축통화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점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의 파격적인 공약에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시장이 3년 만에 불장을 되찾았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중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운 도지코인의 상승세가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날 도지코인은 빗썸에서 624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 5일 210원대로 거래됐던 가격과 비교하면 200%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머스크가 트럼프 내각에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발탁되자 도지코인도 함께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투자 심리를 자극시킨 영향이다. 키움증권 김현정 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이 미국 증시와 함께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도지코인 급등은 테슬라 주가 상승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도지코인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매섭다. 전날 업비트에서 도지코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6조 원에 달했다. 이는 2조 원에 육박한 비트코인 거래대금보다 3배 많고, 코스피 상장 959개 종목 전체 거래대금인 12조 3700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그러나 급등락하는 밈코인 특성상 도지코인의 과열 양상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달 탐사 계획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언급하자 가격이 716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테슬라가 별다른 후속 계획을 내놓지 않자 100원대로 폭락했다. 실제로 도지코인은 2013년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풍자하려는 목적에서 발행됐다. 결제와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과 달리 쓰임새가 없다. 임 연구위원은 밈 코인 과열에 대해 “단순한 현상 자체로 봐야지 어떤 시각을 갖고 가격을 전망한다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