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해양 생태계는 신약 개발 위한 거대한 보물 창고”
부일 해양CEO아카데미 강연
심해 사는 미지의 생물 자원
미래 의약품 응용 가능성 높아
“글로벌 해양 과학 경쟁 앞서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희승 원장이 지난 11일 제9기 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는 신약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보물 창고입니다.”
지난 11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 세 번째 강좌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이희승 원장은 해양 생물 자원이 미래 의약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 KIOST 원장에 취임한 그는 한국해양바이오학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부산 영도구에 있는 KIOST는 국내 대표 해양 연구 기관으로 해양자원 개발, 해양환경 보호, 해양산업 발전 등을 위한 여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먼저 이 원장은 심해 열수분출구에 주목했다. 해저에서 뜨거운 물과 화학물질이 분출되는 열수분출구 주변은 태양광이 닿지 않으며 고온, 고압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다양한 생명체가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원장은 “심해 생명체들이 지닌 독특한 생리적 특성은 항암제나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의약품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심해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체와 다른 적응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그들의 유전자가 의약품으로 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해양 생태계는 의약품 개발을 위한 거대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특히 심해 생물이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에 지닌 세포 보호 물질이 암세포나 바이러스 저항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지의 생명체들이 지닌 화학 성분과 생리적 특성이 의약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KIOST의 해양 생물 자원을 연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소개했다. 현재 KIOST는 극지연구소 등 부설 기관과 협력하여 심해 탐사와 생물 자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 고압 환경에서 탐사가 가능한 첨단 무인 잠수정을 비롯해 해양 관측 위성, 심층 수리 시험 장비, 수중 로봇 등 다양한 첨단 장비를 운용한다. 연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과 해저 데이터 센터 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이 원장은 “해양 자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연구와 함께 향후 질병 치료와 의약품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해양 과학 연구가 국가 경쟁력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참석자들에게 해양 과학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많은 나라들이 해양 과학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해양 자원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해양 과학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KIOST 또한 세계 여러 해양 연구 기관들과 협력하여 심해 탐사와 해양 생물 자원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미래 해양 과학 기술력 확보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