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빛에 위험 감지한 경찰관 신속 대응으로 대형 참사 막았다(종합)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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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량파출소 안진열 경위
덕동마을 주택 화재 초기 진화
큰 불길 잡아 인명 피해 차단

안진열(오른쪽) 경위가 지난 12일 경남 통영시 사량면 하도 덕동마을 주택 화재 현장에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통영경찰서 제공 안진열(오른쪽) 경위가 지난 12일 경남 통영시 사량면 하도 덕동마을 주택 화재 현장에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통영경찰서 제공

경남 통영의 한 섬마을 파출소 근무자의 예리한 촉과 신속한 초기 대응이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대형 화재를 막았다.

주인공은 통영경찰서 사량파출소 안진열(53) 경위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1시 10분께 사량면 하도 덕동마을 주택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주택은 인근에 사는 한 노부부 자녀들이 입도할 때 생활하는 공간이었다.

다행히 화재 당시엔 집을 비운 상태였지만 다른 민가와 맞닿아 있는 데다, 겨울을 앞두고 보일러 연료통에 기름을 가득 채워둔 상태라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주민 대부분이 깊은 잠에 빠진 한밤 중이라 누구도 불이 난 사실조차 몰랐다. 그때 맞은편 섬인 사량도 본섬 파출소에서 상황근무 중이던 안 경위가 칡흑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을 포착했다.

순간 ‘화재’일 수 있다고 판단한 안 경위는 동료 근무자인 박진홍 경위와 함께 순찰차에 올랐다. 그리곤 곧장 불빛이 비치는 곳으로 향했다.

12일 오후 11시 10분께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한 사량도 주택. 통영경찰서 제공 12일 오후 11시 10분께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한 사량도 주택. 통영경찰서 제공

1분 만에 도착한 현장에선 이미 시뻘건 불길이 매섭게 치솟고 있었다.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안 경위는 침착했다.

일단 112상황실에 소방공동대응을 요청한 안 경위는 박 경위와 함께 인접 주택 주민을 깨워 대피시킨 뒤 순찰차에 비치해 둔 휴대용 소화기를 꺼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작은 소화기만으론 거센 불길을 막기는 역부족 이었다. 어떻게든 주변으로 번지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안 경위는 옆집에서 빌린 물동이에 수돗물을 받아 끼얹으며 필사적으로 확산을 막았다.

다행히 그 사이 마을 의용소방대와 한산도 소방정대가 합류했고, 불은 2시간여 만인 오전 1시께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주택 1동이 잿더미로 변했지만 주변으로 옮겨붙지 않았다. 인명 피해도 없었다.

안진열 경위는 “바로 옆에 고령의 노부부가 살고 계시는데, 다친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이라며 “신속한 대처로 시민 안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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