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정신 처방만이 양극화 갈등 치유”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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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의역 난중일기> 출간 인터뷰
이순신 관련 책만 6번째 출간
“학생들 인성 교육 바탕 돼야”

이순신의 생애와 정신에 대해 쉼 없이 책을 써 온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이번에는 <의역 난중일기>를 출간했다. 이순신의 생애와 정신에 대해 쉼 없이 책을 써 온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이번에는 <의역 난중일기>를 출간했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의역 난중일기>(가디언)를 출간했다. 김 전 재판관은 2002년 <이순신 평전>을 시작으로 2004년 <내게는 아직도 배가 열두 척이 있습니다>, 2008년 <여해 이순신, 너라야 세상을 화평케 하리라>, 2012년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쳤나이다>, 2022년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까지 이순신의 생애와 정신에 관해 쉼 없이 고쳐 가며 책을 써 왔다. 이 책들의 인세 전액은 부산여해재단(‘여해(汝諧)’는 이순신의 자(字)다)에서 충무공 사상 선양 기금으로 사용한다니 돈이 목적도 아니다. 이순신에게 흠뻑 빠져 관련 책을 자꾸 새로 내는 까닭이 궁금해 부산 연제구 부산여해재단에서 김 전 재판관을 만나 일문일답을 나눴다. 김 전 재판관은 2016년 부산여해재단(이사장 이용흠)을 설립해 현재 부산대첩 기념사업회 명예이사장으로 있다.


-이순신 관련 책을 자꾸 내는 이유가 궁금하다.

“1975년 공군본부 법무관실에서 노산 이은상의 <충무공의 생애와 사상>을 교재로 정훈 교육을 시작하면서 이순신의 삶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너무나 엉터리 책이 많아 2002년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장 할 때 <이순신 평전>을 내게 되었다. 이 책은 2004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흥미 위주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 그 뒤에도 이순신은 바뀌지 않았지만, 이순신을 보는 내 시각은 계속 바뀌었다. 뒤에 본 것이 더 나아서, 그걸 독자들한테 알려 주고 싶어서 내용을 계속 바꿔서 낸 것이다.”

-이번에 나온 <의역 난중일기>는 어떤 책인가.

“지금까지 <난중일기>를 번역한 책이 수십 권에 이르지만 서로 다르게 번역한 부분이 많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적지 않다. 이순신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난중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전부터 절실하게 느꼈다. 이번 책에서는 이순신 삶의 진면목을 볼 수 있도록 원문의 단어나 구절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전체의 뜻을 살려 의역을 시도했다. 그래도 알아듣기 힘든 부분은 ‘덧붙이는 말’로 이해를 도왔다.

-지금도 일기를 쓴다고 들었다. 그게 <난중일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

“<난중일기>는 이순신이 직접 치른 7년 간의 전쟁사다. 일기를 쓸 때 다른 사람이 절대 안 본다는 생각으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순신도 역사를 남기려고 썼기 때문에 당연히 누군가 본다고 생각하고 썼다. 수십 년간 일기를 써 온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런 점이 이해된다. 그러니 <난중일기>에 여성 이름이 나온다고 부풀려서 동침했다는 식으로 해석해서 소설을 써서는 안 된다. 자기의 틀 속에 이순신을 넣으면 이순신을 못 본다.”


이순신의 생애와 정신에 대해 쉼 없이 책을 써 온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이번에는 <의역 난중일기>를 출간했다. 이순신의 생애와 정신에 대해 쉼 없이 책을 써 온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이번에는 <의역 난중일기>를 출간했다.

-이순신은 김 전 재판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30년이 넘는 공직 생활 동안 이순신은 살아 있는 참스승이었다. 2011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국가 부작위는 위헌임을 확인한다’는 헌재 결정이 대표적이다.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이순신은 지금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 주지 않는다면 나라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비록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헌재는 가만히 있지 말고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 주라고 의견을 냈다. 어려운 사건을 맡을 때마다 이순신은 용기와 힘을 주었다. 이순신은 나의 좋은 대화 상대이자,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순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요즘 세상은 이순신까지도 진보 또는 보수로 나누기도 하는데 아주 고약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신은 부산대첩을 앞두고 사이가 나빴던 원균에게도 역할을 주고 같이 싸웠다. 이순신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나라의 안전과 백성의 삶 앞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제 정치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조선처럼 분열하면 또 다시 당할 수밖에 없다. 이순신 정신을 약재로 복용한다면 양극화로 분열되고 갈등하는 이 사회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전 재판관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이순신을 좀 더 가까이하도록 이순신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인성 교육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성장해서 지도자가 되면 지금 같은 수준 이하 정치는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집집마다 <난중일기>가 한 권씩은 있고, 그래서 완독한 독자가 많이 나오길 소망했다. 한편 부산여해재단 이용흠 이사장은 “<이순신 평전>, <난중일기>가 새로이 영어, 일어, 중국어, 포르투갈어로 번역되는 그날이 멀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 이순신 정신이 물결치도록 다양한 문화사업을 전개하겠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의역 난중일기> 표지. <의역 난중일기>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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