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만난 경제전문가들 “환율 고점 1420~1430원대…원화 약세 빠르게 진정”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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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영향 진단
트럼프 트레이드 충격… 中이 韓보다 커
韓·中, 경제성장률은 하향 불가피 전망
“홍콩 여전히 아시아 금융중심지”

성기용 소시에테제네랄(SG) 아시아 투자전략가. (사진=홍콩 공동취재단) 성기용 소시에테제네랄(SG) 아시아 투자전략가. (사진=홍콩 공동취재단)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다만 1420원~1430원대에서 추가로 1450원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3일(현지시간) 홍콩 금융가에 위치한 우리투자은행에서 부산일보와 만난 성기용 소시에테제네랄(SG) 아시아 투자전략가는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 “원화의 경우 위안화에 비해 약세폭이 일정부분 빠르게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의 충격이 한국보다는 중국이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 전략가는 “지난번 대선에서는 트럼프 당선 예측이 어려워 미리 반영된 부분이 없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당선이 유력했던 만큼 시장의 충격이 1기 집권 때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은 이미 상당폭의 관세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고 먼저 반영했고, 향후 실제 1~2차례 올렸을 때 이에 대응하는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과거에는 원화의 약세 폭이 위안화보다 더 커지고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났었지만, 앞으로는 ‘미국 예외주의’가 강화되는 동시에 기저에 관세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위안화가 원화 대비 약세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400원대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추가로 1450원대까지 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1기인 지난 2018년 미국이 관세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 모든 타깃이 중국에 있는 상황에 위안화가 약해졌을 때 원화의 경우 큰 변동 없이 약간의 괴리를 보였었다는 것이 성 전략가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환율을 보면 위안화가 원화보다 더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상 1~2년 사이 봤던 것은 원화가 위안화 대비 더 약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더 버틸 수 있는 환경으로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진 크레디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 (사진=홍콩 공동취재단) 김연진 크레디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 (사진=홍콩 공동취재단)

김연진 크레디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관세에 대한 영향은 이미 많이 반영돼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지어놓은 만큼 관세를 부가해도 1기 때보다는 영향이 작을 것으로 본다”며 “환율의 경우 트럼프가 실제로 어떻게 할지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 더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 당선과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봤다. 성 전략가는 “중국 성장 전망치를 낮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트럼프가 관세를 올릴 경우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더 나올 수 있다면 상쇄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두 사람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소비 진작에 초점이 맞춰질 것을 기대했지만 지방정부 부채에 쏠려 실망감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성 전략가도 “지방정부 부채 해결을 위한 정책은 큰 부양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보였다. 성 전략가는 “기업의 자발적 의지와 정책적 노력 등도 필요한데 시장의 기대에 비해서는 다소 아쉽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이코노미스트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을)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한편 최근 아시아 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일부 시선에 대해 성 전략가는 “대(對) 중국 사업에 있어 홍콩의 기능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다”며 “중요한 것은 홍콩달러와 관련한 ‘페그 시스템’이 잘 유지될 수 있느냐인데 금융적 이유로 이것이 붕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홍콩(중국)=김진호 기자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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