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환·증시 성적표, 전쟁 중 러시아 빼면 주요국 꼴찌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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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주식 가치 9% 가까이 떨어져
韓경제 구조적 취약성 부각 영향

올해 우리나라의 원화와 주식 가치가 9% 가까이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의 원화와 주식 가치가 9% 가까이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의 원화와 주식 가치가 9% 가까이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 절하 폭은 일본 엔화 다음으로 컸고, 코스피는 주요국 중 사실상 꼴찌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수출경쟁력 하락과 가계부채 부담 등에 따른 내수 부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15일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1398.8원으로 지난해 말(12월 28일·1288.0원)보다 8.60% 올랐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보다 약세를 보인 것은 일본 엔화가 유일했다. 같은 기간 엔·달러 환율은 141.181엔에서 156.295엔으로 10.71% 뛰었다.

특히 원화 절하율(-8.60%)은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지수) 상승률(5.91%)과 비교해 거의 3%포인트(P)나 높았다. 달러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적 가치 추이를 반영한 지수다. 결국 올해 달러 가치가 약 6% 높아지는 동안 원화 가치는 그보다 더 크게 약 9%의 폭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증시의 주가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피는 작년 말 2655.28(종가 기준)에서 올해 11월 15일 현재 2416.86으로 8.98% 떨어졌다. 특히 코스닥의 하락률은 20.90%(866.57→685.42)에 이른다.

주요국 주가지수 가운데 올해 뒷걸음친 경우는 우리나라를 빼고는 찾기 어렵다. 미국 3대 주가지수 중 나스닥종합지수(24.44%)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23.08%)은 20% 넘게 뛰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5.27%)도 상승률이 두 자릿수다.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인 중국·대만권의 상하이종합지수·홍콩항셍지수·대만가권지수 역시 각 11.96%, 13.95%, 26.84% 상승했다.

특히 비교 대상 국가 범위를 40개로 넓혀도, 우리나라 코스피·코스닥보다 하락률이 높은 곳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RTS(-20.79%·1,083.48→858.19)뿐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나 경제 기초체력 저하에 주목하는 시장 투자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무라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 구조가 반도체 등 경쟁력 훼손, 2기 트럼프 정부에서 격화할 글로벌 무역전쟁 등에 타격을 받아 결과적으로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있다”며 “여기에 내수 역시 높은 물가와 고령화, 서비스산업 발전 부진 등으로 수출 둔화를 방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점들이 환율과 주가에 반영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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