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에도 보란 듯 활개치는 불법 암표
정가에 웃돈 붙여 재판매 여전
정부, 공연법 등 다시 손질 예정
지난 3월부터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불법 암표 거래가 여전히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산일보 DB
지난 3월부터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불법 암표 거래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유명 가수 콘서트와 공연, 스포츠 경기, 유명 식당 예약 티켓 등이 정가에 웃돈이 붙어 판매되면서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개정안의 한계를 공감하고, 다시 한번 관련 법령을 손질할 예정이다.
18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암표를 처벌할 수 있도록 공연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편법을 통한 암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개정안의 규제 범위가 ‘매크로 사용 예매 티켓’을 재판매했을 때만 처벌하고 있는 데다 사실상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악용해 단속망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거래 방법 역시 이른바 ‘대리 티케팅(댈티)’이나 ‘아이디 옮기기’ ‘배송지 변경’ 등을 활용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가수 성시경의 연말 콘서트 티켓은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VIP석 기준 15만 4000원이지만, 장당 30만 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내년 초 열리는 가수 나훈아의 서울 콘서트의 경우에는 적게는 장당 5만 원에서 10만 원의 웃돈이 붙어 되팔리고 있다.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채팅이나 쪽지로 문의해달라는 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5월 진행된 임영웅 콘서트 VIP 좌석은 정상 가격이 18만 7000원이었지만, 최고 150만~200만 원에 중고 거래되기도 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올 연말 열리는 가수 성시경의 콘서트 티켓을 재판매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 캡처
개정 공연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선점한 티켓을 웃돈을 얹어 판매하면 ‘부정 판매’로 본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문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거래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아닌 ‘직링’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를 구매해 재판매할 때도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당장 제지하긴 힘든 상황이다. 직링은 ‘직접 링크’의 줄임말로, 예매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바로 좌석 선택 화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링크를 의미한다. 매크로를 사용했을 때에도 부정 판매를 규정하는 판단 기준이 모호해 처벌을 피할 여지가 남아 있다.
공연법 개정 이후에도 이 같은 편법이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규제 도입과 함께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 같은 한계에 공감하고 공연·스포츠 분야 암표 근절을 위해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법안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와 관련 없이 암표를 사고 파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