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다” 외쳤지만…이재명 대권가도 ‘첩첩산중’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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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볍다 여긴 선거법서 중형, 위증교사·대북송금은 더 험난
야 지금은 단일대오지만, 재판 절망적이면 이재명 리더십 균열
‘신 3김’ 등 야 잠룡들 일단 ‘사수’ 한목소리 속 ‘정중동’ 분위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 직후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쳤다. 징역형 집행유예라는 예상 밖의 중형으로 이재명 1인 체제의 균열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민주당 역시 일단 ‘이재명 사수’ 스크럼을 단단하게 짜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이 대표 앞에 놓인 ‘사법 리스크’라는 높은 현실의 장벽을 실감케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동안은 ‘단일대오’가 당의 소통 공간을 장악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2년 반 남은 대선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는 예상 또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앞 도로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및 시민사회 연대 집회’에서 모인 지지층을 향해 “여러분이 있기 때문에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이 나라 강토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당당하게 선언하고 주인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설 때”라며 더 강력한 대여 투쟁을 독려했다. 이번 1심 결과가 야당 지도자인 자신을 탄압하기 위한 정치 판결인 만큼, 개의치 않고 현재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전까지 숱한 정치적 위기 속에서 당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했던 이 대표의 이같은 대응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이 대표의 상황이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이번 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 대표가 헤쳐나가야 할 사법 리스크 중 가장 난도가 낮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당초 민주당에선 무죄나 100만 원 미만 벌금형이 선고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예상을 뛰어넘는 징역형이 선고되면서 2·3심 재판도 이 대표에게 어려운 양상으로 진행되게 됐다. 공직선거법은 1심 재판은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년 6월 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민주당 내부에 미칠 파장은 1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전망이다. 이날 판결대로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되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이 10년간 제한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이 이 대표의 나머지 사건 재판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17일 “상대적으로 가장 가볍다고 여겨온 선거법 1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하면서 야당의 사법부 압박 때문에 양형을 고민하던 다른 사건 판사들의 부담을 줄여준 측면이 있다”며 “나머지 사건 재판부는 이 대표의 정치 생명 같은 재판 외 변수에 대한 고민 없이 양형 기준대로 소신 선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오는 25일 선거법 사건보다 방어 난도가 훨씬 높다고 평가돼온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재판이 아주 느리고 진행되고 있지만 불법 대북송금 사건 역시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이 대표의 재판 전망도 크게 나빠졌다.

이 대표의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민주당 잠룡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물론 이들 모두 현재로서는 대선의 ‘대’자도 꺼내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나 김두관 전 의원 등은 1심 재판부 비판에 동참하면서 친명(친이재명)계와 보조를 맞췄다. 지금은 이 대표 사수 외에 다른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주변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 대비해 서서히 몸풀기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전반기 중 선거법 2심이 나오는 시점을 ‘분수령’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김동연 지사의 경우 최근 부산의 윤준호 전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영입, PK(부산·경남) 공략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독일에 체류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내년 상반기에는 귀국할 예정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얼마 전부터 “제1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쉽게 꺼내선 안 된다”고 언급하는 등 이 대표 측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김두관 전 의원 측은 최근 언론에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인 ‘신 3김’(김부겸·김동연·김경수)에 김 전 의원까지 포함해 ‘신 4김’으로 불러달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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