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안전 위해 도선사 책임 제한해야" [바다 인(人)스타]
부산항도선사회 박진영 회장
선박 안전한 이동 돕는 길잡이
선사 구상권 청구 가능성 부담
긴급상황 적극 대처 어렵게 해
항만위와 소통 필요성도 역설
지난 12일 박진영 부산항도선사회장이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도선사는 국내에서 높은 연봉으로 주목받는 직업 중 하나지만 그 업무와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도선사는 항만에 출입하는 선박이 안전하게 항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다. 항만의 지형, 수심, 조류, 기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선박의 선장에게 적절한 조언과 지시를 제공한다.
특히 부산항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항구로 복잡한 수로와 대형 선박의 입출항이 빈번히 이뤄진다. 도선사의 역할이 부산항에서 더욱 중요한 이유다. 전국 도선사 250여 명 중 55명이 부산항에서 활동한다. 올해 2월 부산항의 도선사들을 대표하는 부산항도선사회에 제27대 박진영 회장이 취임했다. 지난 12일 박 회장을 만나 도선사의 현실과 과제를 들어봤다.
박 회장은 부산항의 안전을 위해서는 도선사가 긴급 상황에서 과감히 대처할 수 있도록 일정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선사의 사고 책임은 일부 면제되지만 중과실로 인한 사고의 경우 선사로부터 구상권 청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은 도선사들이 긴급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부산항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도선사 책임 제한 제도를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협회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회에 도선사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항만위원회는 부산항의 개발, 관리,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공사의 최고 의결 기구다.
“과거에는 도선사가 항만위원으로 활동하며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창구가 없어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부산항의 복잡성과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면 도선사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절실합니다.”
도선사는 세간에서 높은 연봉으로 쉽게 언급되지만 그만큼 바다 위에서 감당해야 할 위험도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도선사는 매일 예상치 못한 위험과 마주합니다. 저 역시 강풍으로 선박이 좌초 위기에 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도선 현장은 항상 긴장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항만 사고는 광범위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도선사는 이를 감수하며 최일선에서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박 회장은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AI)과 자율운항선박이 도선사의 역할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도선 업무는 매번 다른 상황과 즉각적인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선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뮬레이터 도입 등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부산항 도선사의 역할은 단순한 선박 안내를 넘어, 부산항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도선사회는 부산항만공사, 해양수산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부산항 도선사들은 부산항과 국가 발전을 위해 겸손하고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