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혁신은 이론과 실무가 만날 때 시작"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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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145 대표·고려대 정보보호학 교수
'벨리데이터' 운영 시스템 개발로 주목
"자체 개발 기술로 세계 판도 바꾸고파"

“학문적 연구와 실제 기술 개발은 상호보완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진정한 혁신은 이론과 실무가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안암145 이중희(사진) 대표의 발언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을 거쳐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주립대 교수를 지낸 바 있다. 현재는 블록체인 관련 개발 회사의 대표이자, 고려대학교 정보보호학 교수다.

안암145란 회사 이름은 실리콘밸리의 전통을 따라 연구실 우편번호를 따왔다. 빠르게 진화 중인 블록체인 기술만큼이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담긴 작명이다. 안암145는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장비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13년 텍사스주립대 교수 시절 처음 블록체인을 접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저사양 기기의 보안을 연구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개별 기기 자체의 보안성을 높이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블록체인을 이용해 해결이 가능했다”며 “연결 기기가 많아질수록 효과가 커지는 점에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처음 봤다”고 회상했다.

안암145의 첫 혁신은 ‘크립토패드’였다. 크립토패드는 복잡한 블록체인 지갑을 태블릿 형태로 구현해 보안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진정한 혁신이 ‘밸리데이터(검증인)’ 분야라고 강조했다. 밸리데이터는 블록을 △생성 △검증 △승인 등의 과정을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검증을 성공적으로 완료 시 보상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그는 “블록체인의 핵심은 탈중앙화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며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소수 기업이 네트워크를 독점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래선 블록체인의 민주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블록체인 업계의 고민거리는 밸리데이터의 중앙화 현상”이라며 “수십억 원대의 하드웨어 비용, 매달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전기료, 전문 운영 인력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암145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머신과 쿠버네티스 기술을 결합한 혁신적인 밸리데이터 운영 시스템을 개발했다. 물리적 서버 없이도 안정적인 노드(Node) 운영이 가능하고, 운영 비용은 기존 대비 크게 절감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모니터링과 자동화된 관리 시스템을 통해 네트워크 안정성과 보안성을 크게 높였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디지털자산 투자국이지만, 아직 블록체인 기술 강국이라고 하기엔 어렵다”며 “자체 개발한 기술로 세계의 판도를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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