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합의’ 배달 앱 수수료 상생안, 갈등 불씨 여전
상생협의체 진통 끝 절충안 내놔
2.0∼7.8% 차등수수료 도입키로
현행 대비 2%P 낮아져 부담 경감
프랜차이즈 업계는 합의 전 퇴장
DH 과도한 이익·배당 비판 거세
외식업 본사 - 가맹점 관계 개선 여론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 플랫폼과 입점 업체들이 상생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월 출범한 배달 앱 상생협의체가 넉 달간의 진통 끝에 지난 14일 극적으로 결과물을 내놨다. 협의체는 현행보다 일부 낮춘 차등 수수료를 도입하기로 했다. 업계 1위 배민이 제시한 차등 수수료 방안에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던 쿠팡이츠가 따르겠다고 하면서, 115일간 12차 회의 끝에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부담이 경감되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첫발을 뗀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합의안에 반대하며 일부 단체가 퇴장하면서 ‘반쪽 합의’ 논란이 불거졌고, 여전히 높은 수수료에 대해 배달 플랫폼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조삼모사’식 결론
상생협의체는 입점 업체 4곳 가운데 2곳의 반대에도 거래액에 따라 배민과 쿠팡이츠의 수수료를 거래액 기준 2.0~7.8%로 정한 차등 수수료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번 협의가 ‘조삼모사’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한국외식산업협회 등은 ‘수수료 5% 상한’을 요구했다. 상생협의체가 결정한 최고 수수료는 이보다 2.8% 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가 현행 9.8%보다 2%P 낮아졌지만 협의를 처음 시작한 7월과 비교하면 되레 1%P 올랐다. 당초 상생협의체 공익위원 측이 제시한 중재 원칙은 중개수수료 평균이 6.8%를 넘지 않을 것이었지만 이것 역시 지키지 못했다. 수수료를 현행보다 낮춘 대신 배달비는 거래액에 따라 최대 500원 높아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또 이번 합의에 프랜차이즈를 대변한 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합의안에 막판 퇴장하며 ‘반쪽 합의’라는 아쉬움도 남겼다. 영세 자영업자를 우대한 차등 수수료 방안에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입점 업체 상생을 위해선 배달 앱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치킨·피자 등 프랜차이즈 업계는 신메뉴 개발과 경영 노하우 전수 대신 가맹점을 대상으로 원·부재료 판매 압박에 집중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높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매출이 낮은 비브랜드 업체가 훨씬 많아 이들에 대한 지원이 보다 절실하다”며 “아주 만족스럽진 못하더라도 일단은 시행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DH 과도한 배당 비판
이번 합의로 배달 앱이 가져가는 중개수수료를 낮추면서, 업계 1위 ‘배달의 민족(배민)’의 과도한 이익 추구가 개선될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5% 증가한 6998억 원이다. 순이익도 506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3.5% 증가했다.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4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위 쿠팡이츠가 매섭게 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배민은 부동의 1위다. 최근 모바일 앱 조사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0월 기준 배민 사용자는 2207만 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쿠팡이츠(883만 명)와는 3배 가까운 격차다.
특히 배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0.5%로 다른 유통업계인 신세계(10%)의 2배, 쿠팡(1.9%)의 10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미 업계 평균을 뛰어넘는 이익률에도 지난 7월 중개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인상해 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 이 때문에 배민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유럽과 미국에서 기록한 적자를 한국 시장을 쥐어짜 메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배민의 영업 행태에 대한 정치권의 질타가 쏟아졌다. 국민의 힘 김재섭 의원은 “‘게르만 민족’이라고 조롱을 받을 만큼 딜리버리히어로에 돈을 주고 있다”면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실적이 사상 최대였다. 경영상의 변화로 수수료를 올렸다기에는 지난해 번 돈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