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에서 만난 한미일, ‘북 러시아 파병 규탄’ 공동 성명
“北 위협, 가장 심도깊게 논의”
3국 협력 사무국 설립 약속도
직후엔 한일 정상회담 이뤄져
트럼프 정권서도 협력 다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미국·일본 정상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5일(현지 시간) 만났다. 3국은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며 공동 성명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통한 확장억제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상호 협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한미일 사무국’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APEC 21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는 16일 페루 수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마지막 세션(리트리트)을 끝으로 이틀간의 전체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15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의장국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폐막 연설에서 “우리는 역내 경제성장과 회복력을 위한 공동의 약속으로 단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APEC 참가국들은 다자무역 질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이른바 ‘마추픽추 선언문’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의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이시마 성명’도 내놨다.
이 기간 중 윤 대통령은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나날이 커지는 북한 위협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회의 직후 결과를 설명하면서 “아마도 가장 심도있게 논의된 의제는 증대되고 있는 북한 위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들이 전투에 관여하기 위해 간 것으로 추정한다”며 “러북 간의 증대되고 있는 연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얼마나 불안정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크게 수렴됐다”고 전했다.
이들 3국 정상은 정상회의 직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하는 한편,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떠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데 입장이 담겼다.
특히 안보를 포함한 공동 의지를 조율·이행하기 위한 한미일 사무국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은 “신설되는 사무국은 우리가 함께하는 일이 인도-태평양을 번영하고, 연결되며, 회복력 있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목표와 행동들을 더욱 일치시키도록 보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한미일은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경제 파트너십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이시바 총리와도 같은 날 별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 간 회동은 지난달 10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미국 신행정부 하에서도 한미일 협력 체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 한미일 협력에 대한 미국 조야의 초당적 지지가 있는 만큼 차기 미국 행정부와도 3국 협력을 잘 이어 나가기로 했다.
한편, 내년 APEC 정상회의 의장국 정상인 윤 대통령은 페루 대통령으로부터 페루 전통 양식으로 만든 ‘의사봉’을 전달 받았다. 윤 대통령은 “향후 APEC 회원국은 지속 가능한 내일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며 “정상 간 만남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더욱 연결되고 혁신적이며 번영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회의는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