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아내 차에 녹음기 설치 40대 ‘선고 유예’
법원 “배우자 부정행위 증거 확보 동기·경위 참작”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혼소송 중이던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사생활을 침해한 40대가 선고유예를 받았다.
창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환)는 자동차수색,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선고유예를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벌금 등 비교적 가벼운 형량이 선고될 때, 당사자가 행실·태도를 바르게 고쳐 잡을 가능성이 뚜렷할 경우 선처하는 판결이다. 선고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되면서 죄가 없었던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22년 11월 22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배우자 B 씨의 차에 보조 열쇠를 이용해 몰래 들어가 녹음기를 설치했다.
바로 다음 날 다시 차에 들어가 블랙박스 파일을 삭제하는가 하면, 다음 달 31일엔 차량 내부 수색까지 벌였다.
다만 A 씨는 자신이 설치했던 녹음기를 회수하진 못했다. 설치 이틀 만에 B 씨가 먼저 녹음기를 발견하면서다. 당시 녹취된 자료는 B 씨와 자녀의 대화 등이 전부였다.
A 씨는 B 씨와 이혼소송 중이었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고자 이 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통신비밀의 보호를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A 씨는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고, 그 부정행위로 이혼에 이르러 동기·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시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