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씹어 먹기 ‘오도독’] 외계인, 그 흥미로운 존재에 관하여
넷플릭스 다큐 ‘외계인 탐사’
미국 언론인의 외계인 취재기
눈길 끄는 영상, 취재 과정 주목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외계인 탐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1980년대 후반, 미국 네바다주 일대에서 기이한 사건이 벌어진다. 목장에서 키우던 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 나간 것. 죽은 소는 생식기관, 눈, 귀 등이 잘린 상태였고 사체에서는 한 방울의 피도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미국 오리건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 하루 만에 소 5마리가 끔찍하게 죽임을 당했고, 소의 여러 부위가 레이저로 잘라낸 듯 깔끔하게 절개됐다. 물론 혈흔은 떨어져 있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전직 FBI 요원을 고용해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은 물론 범행 수법에 대해서도 알아낼 수 없었다. 1900년대부터 최근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유사한 가축 훼손 사례는 1만 5000건 이상이 기록됐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 다큐멘터리 ‘외계인 탐사’는 미국 언론인 조지 냅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들을 조사하며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탐구해 가는 6부작 다큐다. 미국 네바다주 KLAS-TV 기자로 활약 중인 조지 냅은 30년 이상 외계인과 UFO를 취재한 베테랑 기자다. UFO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를 밝힌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다큐는 가축 훼손 사례를 시작으로 외계인과 접촉한 인물들, 외계인과 물의 상관관계, 피닉스 라이트 사건 등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이 다큐의 중요한 관전 요소는 제작진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에 있다. 다큐는 숨겨진 사실을 찾아내려는 그들의 여정에 주목한다. 제작진은 외계인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가능한 객관적인 자세로 현상을 검증하려 노력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외계인 탐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조지 냅은 미국, 브라질,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수중 고고학자, 천문학자, 지질학자, 전직 정부 요원, 파일럿 등 각계 전문가는 물론 평범한 시민들의 목격담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중에는 당연히 외계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인물도 있다. 자칫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는 외계인 다큐지만, 풍성한 증언과 증거 영상 등이 더해져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큐 후반부에는 취재팀이 직접 이상 현상을 관찰해 생생한 화면을 전달한다. 이에 따라 ‘보는 재미’도 점점 커진다.
조니 냅의 목표는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강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데 있다. 미국 전 영역 이상 현상 조사국(AARO)은 지난 3월 “미확인 비행현상이 외계인과 관련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내용을 발표했고, 다큐는 AARO의 발표를 반박하는 보고서를 완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는 “사실 우리는 진실이 뭔지 모른다. 우리의 목적은 비밀을 철저히 감추고 있는 우리 정부가 알고 있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큐의 자문을 맡은 한 학자는 외계인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을 던진다. 인간의 두개골 발달 과정 등을 봤을 때 우리가 아는 외계인의 모습이 사실 미래 인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미래 인류가 지구가 멸망하지 않도록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있다는 것. 휴머니즘에 기반한 핑크빛 상상이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최근 미국 의회는 국방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UFO 청문회’를 개최 중이다. 이야기가 현재 진행형인 만큼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외계인 탐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