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호텔 먹튀’ 합천군 항소 결정…변제시기는 고민
18일 기자회견…1심 불복·항소 의지 밝혀
손배 채무 310억 원…재정수입 절반 달해
배상금 감액 사유 충분…대형 로펌과 계약
청사건립기금 활용…관계 공무원 처벌도
김윤철 합천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18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군민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과 관련해 경남 합천군이 손해배상 및 연체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온 가운데(부산일보 11월 8일 자 12면 등 보도) 합천군이 항소를 결정했다.
김윤철 합천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은 18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1심 판결에 대한 불복과 함께 항소 계획을 밝혔다.
법원은 앞서 7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합천군이 메리츠증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영상테마파크 호텔 사업 채무부존재 확인 및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합천군과 시행사 사이의 실시협약서에 ‘여하한 상계 또는 공제 없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대출 약정 면책조항 등에 따라, 대리금융기관은 과실이 있어도 실질적인 검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에 따라 합천군이 대주인 특수목적법인에 지급해야 하는 돈은 손해배상 채무 288억 원과 이자 등 310억 원 안팎에 달한다. 합천군 1년 재정 수입이 600억~7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절반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다.
군은 항소 사유에 대해 손해배상금 감액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봤으며, 특히 항소를 포기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대출금 반환 청구 소송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PF 건설 분야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대형 로펌과도 계약을 마쳤다.
김 군수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치열하게 대리금융기관의 과실을 밝히고 입증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합천군이 전액 손해배상채무가 있다는 판결을 받았으며, 합천군수로서 느끼는 비통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다루지 못한 법리와 주장으로 군의 손해배상액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법률대리인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군이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금 감액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항소를 결심했다. 김현우 기자
군은 손해배상채무 변제는 310억 원 정도 모여 있는 청사건립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변제 시기인데, 당초 하루 이자만 600만 원에 달하는 만큼 최대한 빨리 변제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주가 특수목적법인인 만큼 변제 시 항소심에서 감액이 되더라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변제 시기를 고민 중이다.
또한, 군은 청사건립기금 보전을 위해 군비 자체 사업 중 재량 지출의 감축으로 세출 구조 조정에 힘쓸 계획이다. 또 지방보조사업 일몰제를 적극 추진해 지방보조사업 평가 결과 성과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서는 없애거나 예산을 감액하기로 했다.
김 군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주가 제기한 대출금 반환청구 소송인 이행의 소 1심 판결 후 우리 군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변제 등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관계 공무원에 대한 조치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합천군의회에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해 6명 정도가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형사 분야 조사도 별도 진행 중이다. 합천군은 올 연말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고의든 과실이든 강력한 처벌에 나설 방침이다.
김 군수는 “군에서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군민의 혈세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고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소송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군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사업은 합천군이 영상테마파크 1607㎡ 터에 민간자본 590억 원을 유치해 7층·200실 규모 호텔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시행사가 합천군이 제공한 터에 호텔을 지어 기부채납한 뒤 20년 동안 운영권을 얻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민간 시행사 대표가 대출금 등 수백억 원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시행사 대표는 이후 검거된 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