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소득층 장례 부담 덜어주는 ‘행복한 장의사’입니다” 신요한 금정구지역자활센터장
비영리 후불 상조 ‘행복의전’ 운영
장례 간소화·가족장 등 주요 서비스
운구 버스 운전·장례지도사 자격증도
“사회적 책임 다할 수 있도록 더 노력”
기초생활수급자 사망 땐 유족에게 장례 비용 지원금인 장제급여가 지급된다. 무연고자가 죽음을 맞이하면 가족을 대신해 지자체가 공영장례를 치러준다. 궁핍한 삶을 살았더라도, 가족 없는 외로운 삶을 살았더라도 망자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 복지 시스템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은 여전히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노인 돌봄 서비스와 관련해 상담을 하던 중 한 어르신이 가진 돈이 없어 죽어서도 자식들이 자기 때문에 힘들어 할까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장례 비용이 자식들에게 큰 부담이 될까봐 맘 편히 죽지도 못하겠다더군요. 어르신들이 맘 편히 눈을 감게 해드릴 수 없을까 고민하다 ‘행복의전’을 만들게 됐습니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금정구지역자활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신요한 센터장은 ‘행복의전’ 장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복지사인 그는 사회적협동조합인 금정구지역자활센터의 센터장으로 저소득층과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활 의지를 키워주고 있다.
그는 어르신들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그길로 시신 운구를 할 수 있는 버스 운전 자격증을 땄고, 장례지도사 자격도 취득했다.
“죽음은 절대 행복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죽음 이후를 걱정하는 것은 더 행복하지 못한 것이고, 그런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만으로 어르신들이 죽음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행복의전’이라는 이름도 그런 의미를 담았습니다. 저 역시 행복을 드리는 ‘행복한 장의사’입니다.”
신 센터장은 올해 초 ‘행복의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장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그들의 장례 비용 부담은 크게 줄이고,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소득층에겐 장례 비용도 큰 부담이며, 상조회사의 벽은 더욱 높다. 많은 경우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고, 임종 후에는 요양병원과 계약된 장례지도사가 주관해 장례식장 등을 잡고 관련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노잣돈이나 수고비, 장례와 관련된 비싼 상품을 요구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런 준비 없이 장례를 치르다 부지불식간에 커진 장례 비용에 깜짝 놀라지만 마지못해 장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한 어르신이 임종했는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운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들이 상주가 됐고, 장례가 진행되더군요. 고인이 재산 1000만 원 정도를 남겨주고 가셨는데, 장례를 치르고 나면 고인 유산의 대부분이 장례에 쓰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장례를 치르려던 장례지도사와 고인의 아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조문객이 없었던 만큼 80만 원의 비용으로 가족장을 치러드렸습니다.”
‘행복의전’ 서비스는 장례를 간소화해 유족의 부담을 줄인 무빈소 장례와 조문객이 없지만 고인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예는 갖춘 가족장을 주요 서비스로 한다. 둘 다 100만 원 안팎으로 가격 부담을 크게 줄였다. 250만~350만 원 수준에서 일반장과 고급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행복의전’은 노잣돈과 수고비를 일체 요구하지 않고, 추가 상품도 유족이 원하는 경우에만 제공합니다. 여느 선불제 상조 회사와 달리 후불제를 택하며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이런 신뢰 덕분인지 대구와 울산 등 타지에서도 의뢰가 들어온다. 신 센터장은 대표 장례지도사로 타 지역 장례 의뢰도 현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치르고 있다.
그는 ‘행복의전’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자활센터의 목적이 일자리 창출과 자활에 있기 때문에 ‘행복의전’ 역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행복의전’ 서비스를 더 많은 분들에게 제공하고 싶고, 이렇게 나온 수입은 추가 인력 고용을 통해 자활 의지를 키우는 밑거름이 됩니다. ‘행복의전’의 목표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글·사진=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