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간 부산 차 부품업계 ‘발등의 불’ [트럼프 2기, 부산 경제 격랑]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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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부품·철강

USMCA 개정·보편 관세 부과 땐
화승알앤에이·성우하이텍 직격탄
반중국 규제로 지역 철강업체 시름
중국산 저가 공세 되레 심화 우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보조금 폐지·관세 부과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자동차·철강 등 전통 제조업이 주축을 이루는 지역 상공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한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보조금 폐지·관세 부과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자동차·철강 등 전통 제조업이 주축을 이루는 지역 상공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한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재집권으로 가장 큰 파고가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철강 등 전통 제조업이다. 보조금이 폐지되고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국의 밀어내기식 물량 공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철강 가공업체가 주를 이루는 지역 상공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IRA 축소·보편 관세 부과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바이든 정부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IRA에 따라 최대 7500달러(한화 1000만 원 상당)에 이르는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배터리 업계는 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폐지 움직임에도 촉각을 세운다. 이 같은 보조금 폐지 움직임은 캐즘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지역 업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배터리 기업 금양은 “전기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캐즘이 지속되면 후발 기업에 더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흐름을 멈출 수 없는 만큼 미국 업체와 적극 협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업계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개정과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도 우려한다. 멕시코는 중국의 우회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데다 불법 이민자 문제로 인한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트럼프 2기 주요 타깃으로 거론된다. 멕시코 진출 초창기 트럼프 1기 관세정책을 경험했던 화승알앤에이, 성우하이텍 등 지역 대표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보를 더욱 예의주시한다.

이들 업체들은 2014년 나란히 멕시코에 진출해 초창기 어려움을 딛고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는 물론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를 주력 고객사로 삼아 성장 중이다. 화승알앤에이는 멕시코 현지에서 연매출 1000억 원 가까이를 기록 중이며, 성우하이텍은 추가 투자를 통해 멕시코 현지 공장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화승알앤에이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도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만큼 극단적인 정책은 펴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생산기지 다변화로 영향은 아직 없지만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대응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성우하이텍은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과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진출한 기업이 상당수여서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면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내년 초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업계의 큰 위협이다. 내수용 자동차로 여겨졌던 비야디는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까지 갖추면서 유럽과 중남미, 동남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대미 갈등이 심화되면 시장 다변화를 노리는 중국의 세계시장 공략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 지역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긴장하는 이유다. 르노코리아는 “당장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 유럽과 한국 시장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 물량 공세 위험만 커져

국내 철강업계 부담 역시 더욱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강력한 반중국 정책을 기반으로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의회 승인 없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를 부과한 바 있다. 한국은 관세 폭탄은 면했지만, 쿼터 제한 조치로 인해 263만 t의 한국산 철강 제품만 수출이 가능해졌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반사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는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미국 외 지역에 저가 제품 덤핑 공세를 펼쳐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한다. 오랜 기간 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달려온 철강업계는 건설업 불황으로 인한 내수 부진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 가능성, 중국의 밀어내기식 물량 공세 위험으로 삼중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국내 주요 철강사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현대스틸베이징프로세스와 충칭 내 자산을 매각한 바 있는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노사협의회를 열고 연 100만 t 규모의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설명했다. 포스코 역시 중국 장쑤성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등 저수익 사업장 철수를 검토 중이다.

사정이 이렇자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 제품을 가공·판매하는 기업이 상당수에 이르는 부산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의 한 철강 기업 관계자는 “철강업계 영역이 워낙 다양해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내수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트럼프 2기를 맞이해 리스크가 더욱 커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철강 기업 관계자는 “중국의 덤핑 공세가 더 심화되면 지역 철강업체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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