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못 내는 합천 정양늪 습지보호지역 지정 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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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통해 타당성 확보…본격 추진
일부 주민 반대 부딪혀…설득 계속
“늪 주변 개발행위 제한 없어” 주장

합천 정양늪 전경. 지난해부터 정양늪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합천군 제공 합천 정양늪 전경. 지난해부터 정양늪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합천군 제공

경남 합천군 정양늪에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일부 주민 반대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9일 합천군에 따르면 대양면 정양리 정양늪 습지보호지역 지정 추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해부터다. 앞서 2018년 환경부가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권유하면서 가능성과 필요성 등을 검토했다. 이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정양늪 습지보호지역 지정계획 용역’을 거쳤고 지정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5~6차례 주민설명회를 거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습지보호지정은 일부 주민 반대에 막혀 1년이 넘도록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양늪 인근에는 500여 세대가 거주 중인데,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개발행위가 제한되고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여기에 정양늪 주변 농경지와 대형차량 주기장 등이 있는데 활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주민은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 지역이니까 개발이 제한될 수 있다고 들었다. 주변에 농사를 짓는데 농약을 못 친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정양늪은 규모는 작지만 총 69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다. 합천군 제공 정양늪은 규모는 작지만 총 69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다. 합천군 제공

반면, 군은 습지보전법에 따라 행위 제한은 오직 습지보호지역에만 제한을 두고 있다며 개발행위 제한 사항은 우려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농지에 볏짚 존치 등 야생동물 먹이 활동을 도와주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땅값이 오른 사례도 많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장세영 합천군 생활환경계장은 “다른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습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정양늪 가치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반대하는 주민은 제약이 많을 것이란 추측을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양늪은 황강 지류인 아천천 배후습지로, 규모는 42만여㎡다. 멸종위기 생물 2급으로 지정된 금개구리·가시연·대모잠자리·남생이는 물론, 식물구계학적특정종 1급 식물인 노랑어리연꽃 등 총 69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는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다. 인근 창녕 우포늪에 비하면 크기는 불과 1/17 정도지만, 다른 습지와 달리 조류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또 경관 우수성 등을 인정받아 합천 8경에 선정돼 있으며, 경남도 대표 우수습지와 생태관광지로도 지정됐다. 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정양늪을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습지보호지역이 되면 창녕 우포늪과 순천 순천만처럼 국가 차원의 관리를 받고 국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무엇보다 전국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기회가 생긴다.

정양늪의 깃대종인 금개구리 모습. 현재 경남에서는 합천 정양늪과 하동 동정호에서만 확인된다. 합천군 제공 정양늪의 깃대종인 금개구리 모습. 현재 경남에서는 합천 정양늪과 하동 동정호에서만 확인된다. 합천군 제공

지정 가능성도 충분하다. 습지보전법 제8조에 따르면 ‘자연 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거나 나타나는 지역’, ‘특이한 경관.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지역’ 중 하나의 조건만 만족해도 지정된다. 그런데 정양늪은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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