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터지는 명태균 녹취록에 뒤숭숭한 경남 여권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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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날 공개된 녹취록에서 명 씨 “윤한홍 경남지사 출마 막았다”
명 씨, 박완수 지사 윤 대통령 자택 데려 간 사실도 밝혀져 의구심
국가산단 지정 관련 명 씨 개입 정황도 확산일로, 창원시 곤혹
“명 씨, 대통령 내외와 연결된 뒤 사람 몰려” 지역 여권 전전긍긍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대표와 변호인이 1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이름 등이 적힌 고발장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대표와 변호인이 1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이름 등이 적힌 고발장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록에 경남 지역 여권 정치인들이 줄줄이 거명되면서 이 지역 여권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전날 공개한 2022년 3월 초 명 씨와 지인 간 대화 녹취에서는 명 씨가 지난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를 통해 국민의힘 윤한홍(창원 마산회원) 의원의 대통령후보 비서실장 인선을 막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명 씨는 통화에서 “(내 말을 들은 김 여사가) 바로 신랑(윤 대통령에게) 전화해갖고 ‘내가 윤한홍한테 안 된다고 했으니까 당신 그렇게 알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명 씨는 또 다른 녹취에서 자신이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 불발과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당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윤 총장(윤 대통령)이 나 보고 ‘윤한홍이는 행안부 장관은 시켜도 명 박사(명태균) 때문에 경남지사는 내(윤 대통령)가 안 보내기’로 2번 전화 왔다”고 했다. 이어 박 지사를 윤 대통령 집에 자신이 데려가 함께 술을 먹었다고 주장하며 “(박 지사는) 자기가 도지사 되는 게 꿈이지, 가능성은 제로인데 (내가) 해줘야지”라고도 했다.

앞서 윤 의원은 명 씨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2021년 9월 대선 경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명 씨는 위험한 인물이니 가까이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명 씨가 실제 김 여사를 통해 윤 의원을 누르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물론 윤 의원은 명 씨의 발언에 대해 “저급한 허풍”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남 여권 내에서는 도지사 출마가 유력시됐던 윤 의원이 불출마한 배경을 두고 여러 설들이 제기된 바 있다. 박 지사 역시 2021년 8월 명 씨를 통해 윤 대통령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난 건 사실이지만, 자신의 도지사 공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창원 국가산단 지정에 명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확산일로다. 명 씨가 산단 지정 전인 2022년 말 김영선 전 의원과 함께 홍남표 창원시장과 만나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고, 2023년 1월에는 명 씨가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창원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은 사실도 밝혀졌다. 창원시는 김 전 의원과 관련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측근인 명 씨가 배석한 것일 뿐 산단 지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남 여권 관계자는 “명 씨가 경남에서 오래 활동한 데다 윤 대통령 내외와 연결된 뒤에는 ‘명 씨가 세다’는 소문이 파다해져 수많은 지역 정치인들이 명 씨에 줄을 대려 한 것으로 안다”면서 “명 씨의 통화 내역 공개에 전전긍긍하는 인사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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