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관리·은행 건전성 악재 속 블록체인 도약 기대감 [트럼프 2기, 부산 경제 격랑]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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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부산 경제 격랑] 2. 부동산·금융

미국 금리 인하 기조 제동 가능성
수출 중기 타격·연체율 상승 걱정
부산 10조가량 PF 대출 잔액 불안
수요 줄어 부동산 시장 침체 예상
가상자산·핀테크 등 성장 기회도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미국 트럼프 2기를 맞아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중심으로 금융도시 부산이 대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와 아시아권 대표 디지털 자산 거래소 얼라이언스 출범식. 김종진 기자 kjj1761@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미국 트럼프 2기를 맞아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중심으로 금융도시 부산이 대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와 아시아권 대표 디지털 자산 거래소 얼라이언스 출범식. 김종진 기자 kjj176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부산 지역 금융권과 부동산 시장이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 다시 고금리 시대가 예고되면서 기초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 금융, 부동산 시장이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블록체인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게는 트럼프 시대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고관세 정책을 기반으로 한 ‘트럼프노믹스’는 현재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 이후 1400원 대에 육박하는 고환율이 고착화되면 유가와 원자재, 물류비 상승에 각종 수입 물가 상승은 필연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소비자 물가 상승,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트럼프는 금리를 결정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개혁과 통화 정책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회복기에 들어가면서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을 시도하는 연준의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고환율, 고금리로 지역 수출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게 되면 지역 금융사도 건전성 문제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지역 은행은 최근 몇년간의 고금리 탓에 연체율 등이 급격히 상승했다. BNK금융그룹의 올 3분기 연체율은 0.98%로 2011년 지주사 전환 이후 가장 높다. 2021년 고금리에 돌입하던 시기 연체율이 0.33%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지역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상 고금리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은 지역 금융사의 건전성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의 부동산 PF 시장도 트럼프 시대를 맞아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비수도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8조 3000억 원으로 전체 잔액 130조 4000억 원의 37%인데, 이 중 부산은 9조 8000억 원으로 PF 대출 잔액이 가장 크다. 금리 인하 수순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경우 가장 먼저 부산 지역 부동산 PF 뇌관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고금리와 고물가 속에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불 보듯 뻔하다. 트럼프가 내세운 보편 관세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지역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지역민들의 구매력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거나 금리가 오히려 상승한다면 부동산 시장은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산의 부동산 시장은 2022년 6월 셋째 주부터 2년 5개월간 한 주도 빠짐없이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부산 부동산의 선행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값은 상승폭이 축소되면 보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9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지수는 0.01% 하락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떨어졌다. 한때 폭등장이었던 서울의 부동산 시장도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탓에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 신중론이 부각되거나 금리 상승 이야기가 나온다면 거시경제 위축에 따른 영향보다 훨씬 큰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트럼프의 당선을 부산이 기회로 활용해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부산에는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로 지정돼 블록체인 관련 기업 수십 곳이 있고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도 내년 초 출범한다. 트럼프의 규제 완화 기조 속에 가상자산, 핀테크, 디지털 금융 분야 산업이 성장하면 금융도시 부산의 대표 미래 금융 산업들도 비약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가계, 기업의 수입이 줄어든다면 부동산 투자, 신규 부동산 시장 투자 등의 여력이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요인이 단기적이고 가시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겠지만, 지역 부동산 시장이 기나긴 침체기를 지나 정상화되려는 상황이라 다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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