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줄인다” 압박·‘신문용지 가격’ 담합…3개 제지사에 305억원 과징금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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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전주페이퍼·대한제지·페이퍼코리아 적발
1개 사 검찰 고발…"원가부담 신문사·국민에 전가"

국회 소통관에 놓여있는 지역신문들. 미디어오늘 제공 국회 소통관에 놓여있는 지역신문들. 미디어오늘 제공

담합 실행 관련 내부문서(발췌). 공정위 제공 담합 실행 관련 내부문서(발췌). 공정위 제공

국내 신문용지 공급시장을 독점한 3개 제지사가 가격 짬짜미를 했다가 3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들은 유력 신문사에 공급 물량을 줄이겠다고 압박해 가격 인상을 관철하기도 했다. 국내 신문용지 공급시장은 지난해 2870억 원 규모로, 3개사 합계점유율이 100%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전주페이퍼·대한제지·페이퍼코리아에 시정명령과 총 305억 3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가담 정도가 심한 '업계 1위' 전주페이퍼에는 검찰 고발까지 결정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전주페이퍼 148억 4600만 원, 대한제지 98억 7500만 원, 페이퍼코리아 58억 1600만 원이다.

약 1년 9개월 동안 이루어진 이 사건 담합을 통해 3개 사는 신문용지 t(톤)당 평균 판매가격을 2021년 10월, 2022년 6월 각각 6만 원씩 12만 원(기존 대비 16%) 인상했다. 아울러 인상 과정에서 가격인상을 수용하지 않은 3개 신문사에 대해 공급량을 축소했다.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황원철 카르텔조사국장이 3개 신문용지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황원철 카르텔조사국장이 3개 신문용지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 제공 공정위 제공
공정위 제공 공정위 제공

이들 업체는 국내외 신문폐지를 구입해 신문용지를 생산한다. 그런데 신문 폐지 수입량 감소와 코로나19에 따른 비용 상승이 겹치자 수익성을 확보하고 경쟁은 회피하려고 담합을 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회사 영업담당자들이 신문사 주변에서 직접 만나거나 텔레그램, 전화 등으로 얘기를 나누는 등 최소 9차례 모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적발을 피하기 위해 가격인상 공문에 기재하는 인상 시기와 금액을 서로 다르게 기재하기도 했다. 반발하는 3개 신문사(종합일간지 2, 경제지 1)에는 공급량을 50% 줄이겠다고 구두 통보하는 등 실력행사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담합은 신문 제작 단가 상승, 종이 신문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져서 국민 부담을 높였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실제로 '신문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담합 기간 종이신문의 월평균 구독료는 21.52%(1560원)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문용지 제조업체의 가격담합은 과거에도 있었다. 공정위는 1996년 한솔제지·세풍·대한제지의 가격 담합을 적발해 당시로는 역대 최고인 21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황원철 카르텔조사국장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빌미로 자신들의 원가 부담을 담합이라는 위법한 방법으로 신문사와 국민에게 전가한 행위"라며 "신문용지 제조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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