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홀덤펍의 불법 도박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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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컨츄리꼬꼬 출신 가수 신정환. 그는 여러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예능천재’로 불리며 주가를 올리던 2010년 9월 억대 해외 원정 도박 등으로 물의를 빚은 뒤 방송가에서 거의 모습을 감췄다. 몇 차례 복귀를 시도할 때마다 상습 도박 의혹으로 대중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가 2005년 11월 10일 서울 강남의 한 불법 카지노바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 단속에 적발된 게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계기가 됐다.

카지노바는 바카라, 블랙잭, 룰렛 등의 게임을 할 수 있는 성인용 단란주점식 보드카페를 말한다. 2000년대 우후죽순 들어선 신종 업소로 번화가와 대학가에 많았다. 술과 음식을 팔면서 손님에게 구매 액수에 따라서 칩을 주고 게임을 즐기도록 해 인기를 끌었다. 한데, 단순 오락을 넘어 고객의 게임 칩을 현금으로 환전해 주거나 상금 또는 고가의 경품을 내건 불법 영업으로 사행행위를 조장하는 곳이 급증해 사회문제가 됐다. 직장인과 대학생을 상대로 고액의 판돈 도박장을 몰래 운영하는 불법 카지노바까지 기승을 부렸다.

근년에 카드게임을 하며 술을 먹는 홀덤펍이 대거 등장해 카지노바의 대세를 이룬다. 홀덤펍은 딜러와 함께하는 포커게임의 일종인 텍사스 홀덤(Holdem)과 서양 선술집을 뜻하는 펍(Pub)의 합성어다. 새로운 놀이문화를 즐기는 젊은 층의 이곳 출입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홀덤펍은 1420여 곳에 달한다. 이 역시 상당수 업소에서 불법 카지노바와 같은 수법의 사행성 영업이 이뤄져 도박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검·경찰이 사법처리한 홀덤펍의 불법 도박 사건이 전국에서 잇따르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20일 부산경찰청은 최근 3년간 부산, 경남, 제주 등 15곳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홀덤펍을 설치해 판돈 1000억 원 규모 도박장을 운영하며 479억 원의 부당수익을 챙긴 총책과 업주 등 운영진 125명과 도박자 590명을 구속하거나 불구속 입건했다.

일부 업주들은 SNS나 오픈 채팅방을 활용해 불법 도박 고객을 무분별하게 모집하고 전용 앱까지 운용한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도 도박에 쉽게 노출될 위험성이 큰 이유다. 홀덤펍은 지난 5월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종에 지정됐지만, 온라인에 친숙하고 호기심 많은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박자의 평균 연령이 어려지고 청소년 도박사범 비중도 커지는 추세여서다. 홀덤펍을 건전한 여가 공간으로 만들려는 업계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의 온오프라인 불법 도박장 근절대책 강화가 절실하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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