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암군의 논공행상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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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무릇 통치자는 공을 따져 상을 주는 ‘계공이행상’(計功而行賞)과 능력을 가늠해 일을 주는 ‘정능이수사’(程能而授事)를 해야 한다. 공을 따져 포상을 실시하는 올바른 논공행상은 지도자의 기본 역량이다.

한국사에서 ‘암군’(暗君)으로 평가되는 조선의 선조와 인조는 논공행상에 실패한 대표적인 임금이다. 7년의 아비규환 끝에 평화를 되찾은 조선은 전쟁이 끝난 지 6년이 흐른 1604년에 이르러 임진왜란에서 공을 세운 이들을 치하했다. “서울에서 의주까지 시종 거가를 따른 사람들을 호성공신으로, 왜적을 친 제장과 군사와 양곡을 주청한 사신들은 선무공신으로, 이몽학의 난을 토벌해 평정한 사람들을 청난공신으로 하고 각각 3등급으로 나누어 차등 있게 명칭을 내렸다”는 게 조선왕조실록 선조 37년(1604년) 6월 25일 기록이다. 여기에는 내시뿐 아니라 선조가 의주로 피난할 때 자신의 말고삐를 잡은 마부도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홍의장군’ 곽재우나 고경명 부자, 신갑, 이일, 김덕령 , 서산대사와 승병 등 많은 의병은 녹훈에서 제외됐다.

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인조는 이듬해 무신 이괄이 일으킨 난으로 인해 조선 시대 최초로 내부 반란으로 도성에서 피난하기도 했다. 이괄은 무신으로 광해군 14년(1622년) 평소 친분이 있던 신경유의 권유로 광해군을 축출하고 새 왕을 추대하는 계획에 가담, 인조를 옹립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대통령은 20%대 지지율에 머물며 집권 3년 차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여당과 불화설이 끊이지 않으며 보수층은 물론 국민들 또한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 윤 대통령의 곁에는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개국공신이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 성공과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을 택한 장제원 전 의원은 유학길에 오른 상태이며 대선 기간 내내 그의 곁에서 참모 역할을 한 다른 이른바 ‘윤핵관’들도 한동훈 체제에서 존재감을 숨긴 채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립각을 세우긴 했지만 ‘0선 30대 여당대표’로 대통령 선거라는 전투를 이끌었던 이준석 당시 당대표는 국민의힘을 떠나 개혁신당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2022년 대선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수 정당이 5년 만에 정권을 재탈환할 것이란 예상은 하기 힘들었다. 결국 현재 용산,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진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당정 관계부터 많은 개혁 과제 그리고 지지율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현 정권에 책임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포함된 올바른 논공행상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한 당직자의 절절한 호소가 용산에 닿기를 바란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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