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바다에 ‘낙동김’ 메말랐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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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낮 12시 부산 강서구 명지동 위판장에서 2025년도 첫 낙동김 위판이 진행됐다. 이날 위판된 김은 340상자(40.8t)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지난 22일 낮 12시 부산 강서구 명지동 위판장에서 2025년도 첫 낙동김 위판이 진행됐다. 이날 위판된 김은 340상자(40.8t)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부산의 특산물이자 고급 김의 상징인 ‘낙동김’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올해 낙동김 첫 경매가 지난해보다 보름 넘게 늦어졌는데, 이는 해수면 온난화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단일 품목으로 처음 수출액 10억 달러 달성을 앞둔 ‘K-김’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최고급 품질을 자랑하는 낙동김의 체계적인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부산시수협은 지난 22일 명지에서 진행한 올해 첫 낙동김 위판 일정이 지난해보다 17일 늦춰졌다고 24일 밝혔다. 첫 경매는 매년 11월 초에 열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보름 넘게 지연됐다. 첫 경매가 늦었다는 건 그만큼 전체 생산 기간이 줄어 올해 실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김은 수온이 22도 아래에서 자라기 때문에 통상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생산된다. 낙동김 70%는 부산시수협이, 나머지 30%는 경남에 있는 의창수협이 위판한다.

최근 낙동김 생산량의 하락 추세가 뚜렷한 가운데, 올해 첫 경매마저 늦춰지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부산시수협에 따르면 2024년도(2023년 11월~2024년 4월) 낙동김 생산량은 9637t으로, 처음 1만t 아래로 떨어졌다. 5년 전인 2020년도(1만 6136t)에 비해 40% 급감했다. 작황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2022년도(1만 8542t)와 비교하면 불과 3년 새 반토막이 났다. 올해는 이마저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가 현장에 파다하다.

김 생산량 감소와 첫 경매 지연은 고수온 영향이 가장 크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어민들은 김이 잘 자라는 적정 수온이 올 때 채묘(김 종자를 망에 붙이는 것)를 하는 데, 평년보다 수온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자 채묘 자체가 늦춰졌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올해 국내 김 어민들의 채묘 시기는 10월 상순(35.1%)이 가장 많았다. 9월 중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와 2022년보다 크게 미뤄졌다. 채묘한 김은 바다에서 10~15일간 자란 뒤 수확된다.

지난 22일 낮 12시 부산 강서구 명지동 위판장에서 2025년도 첫 낙동김 위판이 진행됐다. 이날 위판된 김은 340상자(40.8t)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지난 22일 낮 12시 부산 강서구 명지동 위판장에서 2025년도 첫 낙동김 위판이 진행됐다. 이날 위판된 김은 340상자(40.8t)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일각에서는 신호공단·신항만 건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모래 유입이 늘어 수심이 얕아진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또한, 낙동강 하굿둑 개방으로 민물이 유입되면서 염분 농도가 낮아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러한 요인들이 실제 김 양식에 미친 영향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위판장에서 만난 한 낙동김 양식 어민은 “최근 국내외에서 김이 주목받으며 어가가 상승해 어느 정도 버티고는 있지만, 생산량 자체가 쪼그라들면 결국 명맥 유지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어민들이 뭘 잘못해서 수온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수산업계는 지역 특산물인 낙동김의 브랜드를 키우고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부산시수협 오성태 조합장은 “단일 품목으로 수출액 1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는 게 김 말고 무엇이 있나. ‘검은 반도체'라고 치켜세우기만 할 게 아니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낙동김은 김 중에서도 가장 고급으로 인정받는 부산의 특산물이다. 정부와 더불어 부산시도 낙동김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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