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루 4시간 자던 아들 잘 재우려다 수면 사업 시작" 홍지민 (주)굿대디 대표
발달장애 아들 예민해서 잘 못 자
천연재료로 수면 영양제 개발
잘 자는 사람도 '질' 따져봐야
수면·건강 결합하는 게 콘셉트
(주)굿대디 홍지민 대표는 "잠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기에 수면 제품 개발에 진심이다"고 말했다.
‘잘 자는’ 숲속의 공주를 찾아라. 이달 초 부산 가덕도의 한 글램핑장에서 1박2일 수면대회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열렸다. 참가자 54명은 숙면을 돕는 제품을 섭취하고 꿀잠을 겨뤘다. 이날 우승은 평소 138분이었던 수면시간(렘수면+깊은 수면)이 318분으로 늘어난 참가자가 차지했다.
이날 대회는 천연재료로 만든 수면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부산 스타트업 (주)굿대디가 주최했다. 홍지민 대표는 2022년 본격적으로 수면 영양제 업계에 뛰어들었다. 국문과 출신인 홍 대표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유명 건강식품회사에서 10년 이상 일했다. 홍 대표가 수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이’ 때문이었다.
“처음엔 그냥 우리 애는 잠이 없나 보다 했어요. 6살 때 발달장애와 자폐 2급 진단을 받았습니다. 잘 때 주변 환경에 아주 예민했어요. 7살 때까지 하루 평균 4시간밖에 안 잤습니다. 저와 아내는 2~3시간 정도밖에 못 잤어요. 삶 자체가 무너지더라고요.”
상추의 락투신 성분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상추와 대추, 한천으로 젤리를 만들어 먹여봤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일반 상추보다 락투신 함유량이 124배 많은 ‘흑하랑상추’를 알게 됐다. 상추와 대추를 말리고 갈아서 캔디형 제품으로 만들어 먹여봤다. “아이가 처음으로 8시간을 잤어요. 너무 좋더라고요. 식품회사에 근무하면서 의학서와 식물도감 공부를 꽤 많이 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원료들을 배합해서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그렇게 만들게 된 첫 제품 ‘잠이든’을 발달장애아동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처음 반응은 반신반의였지만, 곧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올라갔다. 뇌병변 아이를 둔 부모는 ‘처음으로 온 가족이 통잠을 잤다’고 후기를 남겼고, 발달장애 박람회 장소에 일부러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부모도 있었다.
자신감이 붙은 홍 대표는 2년간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근 새 제품 ‘굿데이’를 출시했다. 흑하랑상추, 녹차의 테아닌, 바나나추출액 등이 주원료다. “이제 아이가 10살이 됐는데요, 잘 잡니다. 아이가 꾸준히 오래 먹어야 하기 때문에 천연재료를 고집했어요. 저도 같이 먹습니다. 더 잘 자려고요. 잘 자는 게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기 때문이죠.”
홍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유기가공식품 인증 등 관련 인증을 받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도 진행하고 있다. “수면은 우리나라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스위치 2024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인기 있는 부스 중 하나였습니다. 베트남과 몽골 시장도 공략하고 있습니다.”
굿대디는 올해 부산시 창업 도약 패키지, 기술보증기금 벤처캠프 등 투자 유치에 잇따라 선정되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내달 디카페인 차 티백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고, 아이 성장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스트레스 관리, 갱년기, 미용, 뇌, 여성·남성 건강, 등 수면과 건강을 같이 관리하는 것이 콘셉트다.
홍 대표는 “다른 수면 기업과는 다르게 수면을 본다”며 “잘 자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은 잘 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몸이 피곤해서 강제로 휴식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어요. 또 수면의 질이 중요합니다. 짧게 자더라도 좋은 잠을 자는 게 중요하죠. 입면 시간이 긴 사람, 숙면을 못 취하는 사람, 스트레스로 긴장 완화가 안 되는 사람 등 하나하나 맞는 제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잠자는 데 진심이죠.”
홍 대표는 “아빠가 적극적으로 육아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좋은 근무 환경이 회사 성장의 첫 단추라고 생각해서 복지에 신경 씁니다. 근무 수칙 1항이 ‘퇴근은 지각하지 말자’예요. 저 또한 일과 가정, 둘 다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차를 타는데 아이가 엄마 앉으라고 옆자리 짐을 치워주더라고요. 감동해서 아내와 함께 울었습니다. 자기중심적이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몰랐거든요. 아이가 좋아지는 게 보이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