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한 부산의 노력
김영호 부산시교육청 학교행정지원본부장
‘교원 업무 경감’을 시작한 해가 1974년으로 올해 50년이 됐다. 그만큼 교육계의 해묵은 과제이자 앞으로도 계속 화두에 오를 가능성이 많은 난제다. 그동안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은 다양한 정책과 인력 보충을 통해 해결을 지원해 왔지만, 앞으로도 늘어나는 교육수요자의 요구와 교육과정, 매체의 발전으로 행정업무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0년 교육부는 당시 지역교육청 기능 개편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교육청의 기능을 지도·감독 중심에서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지역교육청의 명칭도 법령으로 교육지원청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에는 이미 장학, 감사, 인사 등 지도 감독 기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서 순수한 교육지원청으로 자리매김에는 한계가 있었다.
2023년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의 연구에서 ‘보직교사 기피 이유의 62.7%가 과중한 업무과 책임’이라고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작년 서이초사건을 계기로 교육계의 다양한 요구 사항이 쏟아지면서, 보다 더 적극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그렇다면, 순수하게 학교의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전담 기관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인지, 학교 업무 경감은 여전히 먼 미래의 과제로 계속 유지해야만 하는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 1월 부산교육청이 신설한 ‘학교행정지원본부’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학교행정지원본부는 학교 교직원의 행정업무와 관련된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학생교육에 몰입하기 위한 탈권위적, 탈감독적 성격의 순수 학교지원 전담 기관이며 학교 자율성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행정의 짐을 나누어지고자 설립된 기관이다.
그 결과 운영 9개월 만에 학교현장의 높은 호응도와 함께 설립 당시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던 교원단체와 노동조합도 현재는 적극 지지와 환영의 의사를 표하며 좀 더 많은 과제 발굴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교육부는 지난 9월 부산모델을 기반으로 한 학교행정지원 전담기구 신설을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수업과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동반될 수밖에 없는 행정업무와 최근 학생안전사고 우려로 인해 기피 대상 업무가 되어가는 학생 현장체험학습 업무에 대한 행정절차의 사전 대행처리와 업무 간소화 지원 등을 한다. 학교 현장이 실질적인 학생 교육의 장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행정지원본부는 학교 현장의 큰 호응과 기대에 힘입어 지난 7월에는 기존에 진행하던 9개 사업에 더해 생존수영 업체 매칭, 교복검사 지원, 권역별 현장체험학습 전문지원 등 좀 더 세세한 업무 9가지 추가를 결정했다.
물론 학교의 외부에서 행정업무 지원을 한다 해도 그 영역과 한계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잘 살린다면 과거와 분명히 다른 학교 현장의 안정화와 학생 교육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최근 저출산·고령화로 국가 존립마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가 이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을 제대로 된 인격체로 키우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부산의 학교행정지원본부가 작은 대안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