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 모집 중지로 급선회… 정부 “입시 예측 가능해야” 일축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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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가능 내세운 의협 비대위
증원 반대보다 강경한 입장 밝혀
교육계 “입시 무력화하자는 것”
입장 차 더 커져 갈등 심화 우려

24일 서울 의협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 간담회에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개혁신당 이주영 정책위의장, 박 위원장, 의협 박형욱 비대위원장,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 연합뉴스 24일 서울 의협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 간담회에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개혁신당 이주영 정책위의장, 박 위원장, 의협 박형욱 비대위원장,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대 모집 중지’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며 기존 의대 정원(3058명)만큼만 뽑자고 주장해 왔던 의료계가 아예 신입생 모집 중지로 입장을 선회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정부와 교육계는 올해 전체적인 입시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발상이라며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22일 서울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의대 모집 중지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가 주장한 7500명은 올해 휴학한 의대 1학년 3000명에다 정부의 정원 확대로 내년에 들어올 의대 신입생 4500명을 더한 숫자다. 정원을 늘리지 않고 올해만큼 뽑더라도 내년에 3000명이 들어와 6000명이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수업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아예 신입생을 뽑지 말고 내년에 복학할 3000명만 교육하자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과거 세종대와 일본 도쿄대 사례를 들었다. 세종대는 1990년 학내 분규로 대규모 유급 사태가 벌어지자 이듬해 7개 학과만 신입생을 뽑고 24개 학과는 모집을 중지했다. 도쿄대도 1968년 학내 소요로 이듬해 신입생 선발을 건너뛰었다. 박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입시만 중요하지 교육엔 진정한 관심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의대에서 학생을 제대로 교육해 내보내지 못하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들이 배출돼 평생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모집 중지는 현실성이 없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의협 비대위 브리핑 이후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시는 우리 사회에서 워낙 중요하고, 법적 규정에 따라 예측 가능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며 “그런 원칙에 비춰보면 의료계 주장은 정부로선 정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와 입시업계에서도 의협 측 주장은 2025학년도 대학 입시 자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취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의대 수험생들이 의대 뿐 아니라 다른 자연계열에도 지원하고, 올해는 무전공 선발과도 연계돼 있어 결국 모든 대학과 학과의 신입생 모집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정부와 여당, 의료계 일부가 참여하고 있는 ‘여·의·정 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의정갈등이 내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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